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70)이 대선 이전과는 다른 포용의 메시지를 잇달아 던지며 본격적인 정권 인수 작업에 착수했다. 대선 내내 막말과 자신에 대한 비판을 못 참는 불같은 기질을 보였지만 최고경영자 출신인 트럼프 당선인이 정권 인수 기간에 대통령의 자질을 새롭게 선보일지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10일(현지 시간) 오전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대선 후 첫 회동을 갖고 정권 인수 방안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인수 준비 작업에 감사의 뜻을 나타내고 매끄러운 인수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9일 트위터에 “잊혀진 사람들이 다시는 잊혀지지 않도록 하겠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함께할 것”이라며 승리 수락 연설에 이어 다시 한번 포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동에 앞서 9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와 트럼프 당선인이 여러 면에서 의견이 다르다는 점은 비밀도 아니다. 하지만 성공적이고 매끈한 대통령직 인수가 이뤄지도록 백악관의 모든 직원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선 다음 날인 9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선거캠프가 있는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정권 인수 준비 작업에 몰두했다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권인수팀의 세부 조직을 확정해 가동에 들어갔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인수팀은 론 니콜 보스턴컨설팅그룹 고문이 총괄한다. 마이크 로저스 전 연방하원 의원이 외교를, 오하이오 주 국무장관을 지낸 켄 블랙웰이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등 국내 문제를, 캠프에서 활약해온 키스 켈로그 예비역 미 육군 중장이 국방 분야를 맡는다.
트럼프는 분야별 인수팀과 별도로 주요 부처별로 인수팀을 두기로 했다. 제임스 캐러파노 헤리티지재단 부소장은 가장 중요한 부처인 국무부 인수를 담당하고, 로펌인 ‘윌리엄스 앤드 젠슨’의 스티브 하트 대표 변호사는 노동부를 인수한다. 셜리 이바라 전 리즌 재단 선임연구원은 교통부 인수를 담당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새롭게 드러난 인수팀 핵심 멤버 중 오래전부터 트럼프 캠프에 관여한 로저스를 제외하고는 워싱턴 정가에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인사들이다.
트럼프의 정권 인수 절차가 가속화하면서 트럼프가 대선 전 밝힌 ‘취임 후 100일’ 구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펜실베이니아 주 게티즈버그에서 한 연설에서 취임 첫날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적 무역협정 중 하나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하고 각종 무역협정의 재협상을 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0만 명 이상의 불법이민 범죄자에 대한 추방을 시작하며 이민심사를 안전하게 할 수 없는 국가로부터의 이민자 수용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캠프의 선임자문역인 알렉산더 그레이와 자문역인 피터 나바로는 외교안보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에 기고문을 싣고 “트럼프는 서울과 도쿄가 미군의 자국 주둔을 지원하는 추가적인 방법을 두 나라 정부와 단도직입적이고 실용적이며 정중하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 기간에 두 나라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 증액을 주장해온 트럼프가 선거 유세 때 한 공약을 빈말로 두지 않고 바로 실천에 옮길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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