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외교·국방 당국이 어제 도쿄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위한 3차 실무협의를 열고 협정문에 가서명했다. 4년 전 이명박 정부 당시 체결 직전까지 갔으나 무산됐다가 다시 협상 재개를 발표한 지 18일 만에 속전속결로 ‘9분 능선’을 넘은 셈이다.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 공식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야 3당은 일제히 반발하며 한민구 국방장관 해임 또는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대한민국 군 정보를 일본에 갖다 바치는 매국협정”이라거나 “일본 군국주의 망령에 날개를 달아 주는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이 협정은 군사교류 추진을 위한 기초 문서일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인 데다 국민의 반일(反日)정서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안보 문제는 국민의 생존과 국가 안위가 걸린 사안이니만큼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일본은 대(對)잠수함 감시 부문에서 세계 2위의 능력을 갖고 있다. 협정이 체결되면 정보와 첩보 수집 출처가 더욱 다양해져 북의 잠수함 활동을 좀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이 획득한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찰위성 정보도 미국을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얻는 게 가능하다. 한국은 이미 러시아를 포함한 32개국과 군사정보 공유 협정을 맺고 있고 중국에도 제안해 놓은 상태다. 그런데도 일본만은 안 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일본은 이미 60여 개국과 이 협정을 맺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한미동맹의 지속이나 북핵 대응 등과 관련해 예측 불가능성이 커졌다. 최순실 사태를 틈타 북이 도발하지나 않을지 국제사회가 걱정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협정 체결을 통해 설사 국내 문제로 국정의 파행이 있더라도 외교안보 현안들의 추동력은 결코 약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번 협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운 국민이 반일정서에 휩쓸리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설사 야당이 추천한 총리가 취임해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같은 안보 문제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국익을 위한 군사교류 협정조차 반대하는 야당 지도자에게 어떻게 군통수권을 맡길 수 있겠는가.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것을 야권이 이번 기회에 보여줘 국민에게 내각과 정권을 맡길 만하다는 신뢰를 심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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