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核무장 이어 나토무용론 번복
백악관회동서 “나토방위공약 준수” 오바마 “군사-외교 관계 지속될것”
동맹기조 글로벌 안보틀 유지…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협상에 주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이 대선 기간 밝힌 것과 달리 세계 최대의 단일 안보협의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보호에 계속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일 핵무장 용인론을 번복한 데 이어 또다시 자신의 안보 공약을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이익이 걸린 아시아와 유럽, 두 핵심 지역에서 동맹국을 기반으로 한 안보 틀을 유지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협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4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당선인이 10일 자신과의 회동에서) 미국의 핵심적인 전략 관계와 나토를 유지하는 것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으며 나토 방위공약 준수 의사를 밝혔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나토에 대한 미국의 결의는 약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갖는 군사적·외교적 관계들이 계속될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운동과 대통령직 수행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이념적이라기보다는 실용주의적”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바마 대통령 회견 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아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날 임기 중 마지막 해외 순방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만나 트럼프 당선인의 나토에 대한 안보 의지를 전달할 방침이다. 나토는 1949년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영국 등이 주도해 만든 협의체로 28개국이 가입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때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제대로 부담하지 않고 있다”며 독일 터키 등 나토 회원국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나토는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내게 돼 있는데 현재 이 기준을 충족하는 나라는 미국 영국을 포함한 5개국밖에 없다. 그는 7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발트 3국 등 유럽에서 나토군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 나라들이 우리에게 자신들의 할 바를 다 했는지 따져본 뒤에 도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미국이 유럽에서 철군하거나 나토에서 탈퇴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나토 회원국들의 우려와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대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모든 나토 동맹국은 서로 방위하기로 엄숙히 약속했으며 이는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것이다. 안보 보장이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잇달아 말을 바꾸는 것은 이슬람국가(IS) 퇴치 등 국제분쟁 이슈뿐 아니라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검토 등 국내 및 통상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을 통한 글로벌 안보 틀을 당장은 바꾸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루크 코피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안정적인 유럽은 미국 국익을 위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동맹들에 방위비 분담을 제대로 설득해서 (트럼프 선거 구호처럼) 나토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오슬린 연구원은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대선 기간의 레토릭(정치적 수사)을 거둬들여야 한다”며 “임기 동안 미국은 아시아에서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을 아시아에 설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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