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미국 대선에서 50개 주(州) 투표 결과를 정확히 맞힌 예측 전문가 네이트 실버는 저서 ‘신호와 소음’에서 넘쳐나는 정보 가운데 알짜배기를 골라내는 기준을 소개했다. 미래를 예측할 때 도움이 되는 쓸 만한 정보는 ‘신호’, 시민을 현혹해 오히려 예측을 방해하는 것은 ‘소음’이라는 거다.
신호와 소음을 구별하기 위한 원칙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설마”로 대표되는 주관을 배제하고 사실만 보라. 둘째,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예측을 계속 수정하라. 우리 사회의 상당 부분은 새로운 예측이 등장하면 다시 미래가 요동쳐 그 예측이 쓸모없게 되는 ‘2단계 카오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론으로 무장했다고 늘 성공하는 건 아니다. 실버는 올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지 못했다. 개표 결과 발표 후 블로그를 통해 “부동층의 내심까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어둠 속에 가려진 정보를 미처 계산에 넣지 못했다는 뜻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 사실은 그 시대를 가장 모른다고 꼬집었다.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아주 희박해 보였던 가능성이 실현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측근의 개입을 경고하는 수많은 신호가 있었지만 대다수는 “설마”라며 소음으로 치부됐다.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해외 연구에 따르면 정치학자들이 어떤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0%라고 예측할 때 실제로는 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15% 이상이었다고 한다. 최 씨의 국정 비리를 낱낱이 적은 기사들로 가득한 오늘자 신문을 불과 1년 전으로 들고 간다면 출판사도 “소설로 쓰기엔 너무 황당하다”며 출판을 거절하지 않았을까.
그 결과는 정국의 혼돈과 나라의 위기다. 미래를 모른 채 어둠 속을 헤매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고, 예측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다시 이런 혼란을 겪을 순 없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 대통령에게 표를 준 1570만 명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찍은 1460만 명도 장막 뒤 최 씨를 보지 못했다. 향후 국가 지도자에게 무엇보다도 투명성이라는 덕목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보다 앞서 사태 수습을 위해 지금 우리 곁에 나타난 정보 중 어느 것이 신호이고 소음인지 눈을 부릅뜨고 구별해야 한다. 자, 헌정 최초로 현직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게 될 박근혜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자세를 취할지 정확히 예측하려면 다음 중 어떤 정보를 소음으로 분류해야 하는지 체크해 보자.
①박 대통령이 15일 변호인을 통해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②그러나 변호인은 “서면 조사가 적절하고 당장 소환에 응하기는 어렵다”며 연기를 요청했다.
너무 쉬웠다면 하나 더. 박 대통령을 조사할 검찰의 행보를 예측하려면 다음 중 어느 정보를 걸러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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