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세계화에 대한 분노-공포가 트럼프 승리 만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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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방문 회견서 “나도 놀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5일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결과는 세계화에 대한 분노와 공포, 엘리트층에 대한 의심이 빚어낸 결과”라고 밝혔다.

 BBC와 CNN에 따르면 임기 마지막 해외 순방지로 유럽을 선택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첫 순방지인 그리스 아테네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미국 대선 결과에 놀랐다”며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그는 “세계화는 기술, 소셜미디어, 끊임없는 정보들과 결합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했다”며 “사람들은 자기 마을에서 공장이 문을 닫아 일자리가 통째로 사라지는 걸 보며 국가 정체성과 자신의 위치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좌우를 막론하고 유럽에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 대세인 건 분명한 현실”이라며 “이는 인종 종교 문화적 정체성과 결합되면서 매우 휘발성이 강해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는 조악한 민족주의(crude nationalism)와 인종 중심의 정체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역사적으로 유럽이 분열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 20세기 초반 유럽은 피로 물들었다”고 경고했다.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트럼프가 승리한 비결에 대해서는 “공화당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기도 했지만 기계화와 세계화에 대한 공포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유권자들을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이) 유권자들의 정서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 경제가 회복됐지만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와 갈망, 그리고 월가와 워싱턴 이익단체들에 대한 의심은 커졌다”고 답했다. 이어 “사람들은 ‘내가 예전엔 꽤 좋은 직업을 가졌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이 상황을 무조건 뒤흔들어야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사람들은 변화가 가져올 결과를 잘 모르면서 단순히 변화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의 교훈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불평등 해소를 꼽으며 “우리의 자녀는 우리만큼 살 수 없다는 두려움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대통령으로서 정권 인계를 잘하고 트럼프와 미국인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최선을 제시할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독일을 방문해 8년 임기 내내 함께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작별 회담을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메르켈 총리는 전 세계 리더들 가운데 인권 관용 평등을 강조한 오바마 외교 정신을 가장 비슷한 온도로 실천했다”며 “임기 내 6번째 독일행인 이번 방문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메르켈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연합(CDU)의 노르베르트 뢰트겐 외교위원회 의장은 전날 CNN에 출연해 “메르켈 총리가 내년 9월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라며 그의 4선 연임 도전을 공식화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오바마#트럼프#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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