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끼리 권력투쟁… 시작부터 시끄러운 트럼프 인수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7일 03시 00분


크리스티 ‘강등’이어 측근도 축출돼… 트럼프 원조측근그룹 입김 거세
‘워싱턴 인사이더’와 노선 갈등도… CNN “인수위 내부서 칼부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출범하자마자 시끄럽다. 가족을 비롯한 ‘원조 측근’과 ‘워싱턴 인사이더’ 간의 권력투쟁,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둘러싼 노선 투쟁 등이 벌어지면서 잇달아 파열음을 내고 있다. CNN은 “인수위 내부에서 ‘칼부림(knife fight)’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AP통신은 백악관과의 업무 인수인계도 잠시 중단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내분은 트럼프 당선인이 11일 인수위원장을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으로 전격 교체하면서 예고된 것이었다. 크리스티는 이른바 ‘브리지게이트’와 관련해 측근들이 유죄 판결을 받자 트럼프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트럼프의 비선 실세인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입김이 있었다고 CNN이 15일 보도했다. 쿠슈너는 트럼프가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과 함께 국가기밀 정보를 전달받는 ‘대통령 일일브리핑’을 함께 듣게 해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로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힌다.

 쿠슈너의 아버지이자 트럼프의 사돈인 찰스 쿠슈너는 2004년 당시 연방검사였던 크리스티에게서 탈세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은 악연이 있다. 쿠슈너는 ‘브리지게이트’ 판결을 계기로 인수위에 포진하고 있던 크리스티와 그의 세력을 몰아내기로 했다. 크리스티에 이어 그의 핵심 측근인 마이크 로저스 전 연방하원 정보위원장이 15일 갑자기 인수위를 떠난 게 대표적이다.

 로저스는 인수위에서 안보 분야를 총괄하고 있었다. 로저스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크리스티와 연관된 최소 5명이 나가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NBC방송은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로저스가 후보 명단에서 완전히 탈락하게 됐다. 이른바 스탈린식 숙청의 희생자가 됐다”고 꼬집었다.

 크리스티에 이은 로저스의 축출은 권력투쟁을 넘어 인수위 내부의 노선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 인사이더’인 로저스 등은 공화당의 외교 기조를 인수위에 접목하려 했지만 트럼프를 오랫동안 지킨 원조 캠프그룹은 반대하고 있다. 대(對)러시아 정책이 대표적이다. ‘워싱턴 인사이더’들은 러시아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원조 측근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당선인의 의지를 반영해야 한다고 맞섰다.

 대선 공신 간 자리다툼도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에 외교 경력이 전무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거론되는 게 대표적이다. 줄리아니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CEO위원회 행사에서 “법무장관을 하지 않겠다. 존 볼턴 전 주유엔 대사가 국무장관을 하면 잘하겠지만 더 좋은 선택이 있다. 바로 나다”라며 자신의 희망 사항을 밝히기까지 했다.

 대선 경선 경쟁자에서 지지자로 선회한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도 이날 “나는 안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밖에서 일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내각 인선 회의를 가진 뒤 트위터에 “각종 인선을 앞두고 매우 매끄럽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올렸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인수위#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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