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맨해튼 자택 찾아가… 트럼프 “위대한 우정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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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 90분간 첫 회담

 
‘실세’ 큰딸 이방카-사위도 동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는 ‘가능한 한 적은 인원이 왔으면 좋겠다’는 트럼프 당선인 측 요청에 따라 아베 총리는 달랑 
통역만 데리고 참석했다. 트럼프 측에서는 사위 재러드 쿠슈너(왼쪽), 큰딸 이방카 등이 동석했다. 사진 출처 일본 총리관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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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큰딸 이방카-사위도 동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는 ‘가능한 한 적은 인원이 왔으면 좋겠다’는 트럼프 당선인 측 요청에 따라 아베 총리는 달랑 통역만 데리고 참석했다. 트럼프 측에서는 사위 재러드 쿠슈너(왼쪽), 큰딸 이방카 등이 동석했다. 사진 출처 일본 총리관저 홈페이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미일 동맹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8일 대선 승리 후 해외 정상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거처인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1시간 반 동안 회담을 한 뒤 “차분하게 흉금을 터놓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며 “기본적인 내 생각을 말했고 다양한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회담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고 “아베 총리가 내 집을 방문해 위대한 우정을 시작하게 돼 즐겁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선거 기간 일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트럼프 당선인을 상대로 일본의 처지를 전달하고 정상 간 신뢰를 구축할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NHK는 “현직 일본 총리가 취임 전인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국제무대에 데뷔하며 세계에 어필하는 기회를 가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주미 이스라엘 대사 론 더머를 만난 날 아베 총리와도 회동했다며 “(트럼프가) 외교에 푹 빠진 날”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가능한 한 적은 인원이 왔으면 좋겠다’는 트럼프 측 요청에 따라 아베 총리는 통역만 데리고 참석했다. 트럼프 측에서는 당선인 외에 큰딸 이방카,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이 참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일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뜻이 없다고 밝힌 바 있는 플린이 회담에 참석한 것을 두고 “(일본을) 안심시키려는 제스처로 보였다”고 분석했다.

 회담은 예정 시간(45분)보다 두 배가량 길게 이어졌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상기된 표정으로 “당선인이 인사 때문에 한창 바쁠 때 시간을 내주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임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맹은 신뢰가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함께 신뢰를 쌓아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 회담이었다”고 자평했다. 양측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다시 만나 더 논의를 진전시키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측은 당선인의 발언이 공개되지 않도록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 전인 데다 TPP, 주일미군 주둔비 분담 등 양측의 견해차가 여전히 큰 만큼 첫 만남에서는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만 외부에 공표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출발 전 국회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밝힌 대로 TPP의 당위성을 비중 있게 언급했을 것으로 보인다. 니혼TV는 “미일 동맹과 북한 등 동아시아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관례를 깨고 회담 전 국무부 브리핑을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이날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골프클럽을 선물로 전달했으며, 트럼프 당선인은 셔츠 등 골프용품을 답례로 건넸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은 둘 다 골프 애호가로 유명하다. 블룸버그통신은 1957년 당시 일본 총리였던 아베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가 미국 방문 중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골프를 쳤던 기록을 언급하며 “미국 대통령과 친교를 다지기 위해 골프를 사용한 할아버지의 시나리오를 빌려왔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14일 외교담당 보좌관을 파견한 데 이어 정상회담 직후인 18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을 뉴욕에 보내는 등 트럼프 측과의 관계 구축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최순실 국정 농단 파동 속에 손을 놓고 있다가 16일에야 부랴부랴 대표단을 보낸 한국과 뚜렷이 대비된다.

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한기재 기자
#아베#트럼프#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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