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트럼프 만난 뒤 “선거 때와 달라…오바마 보다도 편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0일 18시 23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만난 뒤 측근들에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타입이더라. 선거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회담을 마친 뒤 주변에 "트럼프 당선인이 일본에 대해 많이 공부를 했더라. 회담은 매우 잘 진행됐고 (앞으로) 잘 해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당국자들은 아베 총리가 회담에서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미일 관계와 세계 정세 전반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과 폭 넓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이 반대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염두에 두고 자유무역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절실하게 설명했고 트럼프 당선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회담 뒤 "이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안보나 경제면에서도)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처음 만났을 때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도 오히려 트럼프 당선인이 편했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일본 정부 내에서는 벌써부터 '두 사람은 기질이 통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정권의 실세가 될 것으로 관측되는 당선인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내부에서는 '만난 것만으로도 대외적인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대일 정책이 나오지 않은 만큼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문제는 내용"이라며 "현 시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아시아 전략과 이에 연동된 일본 정책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또 당선 후 다시 회담을 갖기로 한 사실을 언급하며 "다음 번 회담이 미일의 향후를 내다볼 수 있게 하는 큰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회담에서 적당한 기회에 다시 만나기로 합의한 만큼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한 직후인 2월에 다시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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