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길 위기”…피지 총리, 트럼프에 기후협약 참여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0일 18시 26분


"트럼프 당선인에게 간곡히 청합니다. 우리를 구해주십시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바다가 잠길 위기에 처한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기후문제를 등한시하지 말아달라고 절박하게 호소했다.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피지 총리는 18일(현지 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제22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은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피지를 직접 찾아와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직접 살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내년 11월로 예정된 23차 총회가 마침 피지에서 열리는 것을 계기로 트럼프의 피지 방문을 촉구한 것이다. 바이니마라마 총리는 이어 "미국은 (중국에 이은) 세계 2위의 탄소 배출국으로서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현재의 위기 국면에서 (강국으로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파리협정을 폐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지구온난화는 거짓말"이라며 지구촌 환경문제보다 규제약화를 통한 미국 경제 부흥에 무게를 둬 왔다.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파리협약 등 환경정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각별히 애착을 보인 부분이어서 트럼프가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파리협약에서 발을 뺄 경우 197개국이 합의한 협약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이번 모로코 총회에는 각국의 환경 공무원, 연구원, 시민사회단체 2만5000명이 참여했다. 당사국들은 2018년까지 협정 이행지침을 마련한다는 목표로 내년 5월까지 각국의 상황을 반영한 제안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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