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때 극렬 비판 롬니와 전격회동… 국무장관 인선놓고 깊은대화 나눠
미셸 리-로저스-매티스 등 前現 오바마 정부 인사들도 접촉
오바마의 ‘클린턴 발탁’ 벤치마킹… 리더십 우려 해소 전략적 행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할 조각(組閣) 인사에서 광폭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대선 기간 자신을 비난하거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몸담았던 사람들까지 두루 접촉하며 인재풀을 넓혀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공화당 인사 중 자신을 가장 극렬하게 비난했던 2012년 대선 후보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19일 회동을 가져 국무장관 발탁 가능성을 높였다. 트럼프는 이날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롬니와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과 골프클럽 현관까지 나와 롬니를 맞았다. 롬니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중대한 이익이 걸려 있는 세계 곳곳의 다양한 현장에 관해 광범위한 대화를 나눴다. 매우 철저하고 깊이 있는 논의였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대화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을 고맙게 생각하며 다가오는 (트럼프) 정부를 고대한다”고 밝혀 국무장관 인선 얘기가 오갔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앞서 17일 트럼프는 경선 막판까지 경쟁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트럼프타워로 초청해 만났다. 또 경선 기간 자신을 비난했던 공화당의 신예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도 접촉했다. 크루즈는 7월 당 전당대회에서 “양심에 따라 투표하라”며 트럼프 지지를 끝내 거부하고 반(反)트럼프의 선봉 대열에 섰던 인물이다. 당초 법무장관으로 거론되다가 지금은 공석 중인 대법관 후보로 유력하게 꼽힌다. 헤일리 주지사도 입각 가능성이 점쳐진다.
트럼프는 19일엔 미셸 리 전 워싱턴 교육감도 만났다. 트럼프는 교육부 장관 입각을 검토하고 있다. 재미동포 2세인 리 전 교육감은 2007년부터 3년간 워싱턴 교육감으로 일하면서 교원노조에 맞서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는 등 공교육 개혁의 선봉에 섰다.
트럼프는 미 행정부의 정보 수장(首長)인 국가정보국장(DNI)에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하고 있는 마이클 로저스 현 국가안보국(NSA) 국장을, 국방장관에는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사령관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폭스뉴스 등이 전했다. 매티스 전 사령관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동지역을 총괄하는 중부군사령관으로 발탁됐으나 이라크에서의 철수 문제 등으로 백악관과 마찰을 빚고 2013년 물러났다.
트럼프가 인재풀을 크게 넓히는 것은 공직 경험이 없는 자신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공화당 주류의 핵심인 롬니를 미 행정부 서열 4위인 국무장관에 검토하는 것은 국가안보보좌관(마이클 플린), 법무장관(제프 세션스), 중앙정보국(CIA) 국장(마이크 폼페오) 등 안보 라인을 초강경파로 채우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당내 경선을 치르며 적대적이던 힐러리 클린턴을 첫 국무장관으로 발탁한 것을 본뜨려는 생각인 듯하다.
대선 기간 전직 안보 전문가들의 트럼프 반대 성명을 주도했던 마이클 처토프 전 국토안보부 장관은 19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롬니를 만났다는 것 자체가 정상화돼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제이슨 밀러 인수위 대변인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이들은 과거 경쟁자였다. 전에 우리가 정면충돌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한 팀이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런 것을 존경한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