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관객 중에 특별한 손님이 계십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당선인)입니다. 아, 밖으로 나가시네요. 여러분, 야유하지 마세요.”
18일 저녁 미국 뉴욕 맨해튼 리처드로저스 극장에서 브로드웨이 인기 뮤지컬인 ‘해밀턴’ 공연이 끝난 뒤 3대 부통령 에런 버(1756∼1836) 역을 연기한 흑인 배우 브랜던 빅터 딕슨(35)이 관람석을 떠나는 펜스 부통령 당선인(57·사진)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딕슨은 이어 “새 행정부가 미국 시민을, 이 지구를, 우리 아이들과 부모를 보호해주지 않고 우리 인권도 지켜주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이 있다. 이 공연이 (당신이) 미국의 가치를 지키고 모든 미 국민을 위해 일하도록 영감을 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출구 앞 복도에 멈춰 서서 이 성명을 다 들었다. 그는 이날 공연장에 들어설 땐 일부 관객의 야유를 들었고 다 끝난 뒤에는 ‘우리 이민자들은 제 할 일을 다 해내지’라는 해밀턴의 노래 제목 푯말을 든 시위대와 마주쳤다.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항의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다음 날인 19일 오전 펜스 부통령의 봉변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트위터로 “훌륭한 차기 부통령 마이크 펜스가 어젯밤 극장에서 해밀턴 출연진으로부터 봉변을 당했고, (이 장면을 찍느라) 카메라는 불이 났다.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어 “극장은 늘 안전하고 특별한 장소여야 한다. 해밀턴 출연진은 매우 좋은 사람인 마이크 펜스에게 심히 무례했다.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딕슨은 트위터로 “선생님(트럼프를 지칭), 대화는 괴롭힘이 아닙니다. 멈춰 서서 (내 얘기를) 들어준 마이크 펜스에게 감사한다”고 대응했다.
딕슨이 읽은 성명서는 해밀턴 제작자이자 배우인 린마누엘 미란다, 감독 토머스 카일, 프로듀서 제프리 셀러 등이 함께 작성한 ‘집단창작품’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셀러는 “트럼프가 당선된 다음 날 배우들이 너무 괴로워했다. 펜스 부통령 당선인이 관객으로 왔을 때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기회로 삼아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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