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 ‘만년 3등의 반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2일 03시 00분


피용, 공화당 1차경선 역전극… 쥐페-사르코지 제치고 1위

 프랑스의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61)이 당내 1차 경선에서 탈락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20일 실시된 중도보수 성향의 제1야당 공화당 대선 후보인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62)가 득표율 44.1%로 1위를 차지했다. 알랭 쥐페 전 총리(71)가 28.6%로 뒤를 이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6%로 상위 2명이 올라가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피용과 쥐페는 사르코지 정부에서 총리와 외교장관을 지냈다.

 지난달 15일 일간 르피가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피용의 지지율(11%)은 쥐페(36%)와 사르코지(22%)에 훨씬 못 미쳤다. 한 달 만에 전세가 역전된 것은 쥐페 대세론에 대한 피로감과 극우 성향 사르코지에 대한 경계심이 발동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합리적 보수주의자인 쥐페는 최근 몇 년간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완고하고 공감력이 부족한 70대 할아버지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제2의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극우 성향의 사르코지는 부패 스캔들에 발목이 잡혔다. 최근에는 2007년 대선 당시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게다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프랑스 내에서 극우 정치인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다. 투표 비용 2유로를 내고 ‘중도와 우파의 공화정 가치에 동의한다’는 데 서명하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는 공화당 경선제도도 한몫했다. 르피가로는 투표자 15% 이상이 좌파 성향의 ‘역선택’일 것으로 분석했다.

 피용은 27세이던 1981년 최연소 하원의원에 당선된 후 자크 시라크 정부 시절 각종 장관직을 거쳐 사르코지 정부에서 5년간 총리를 지냈다. 그는 공화당 후보 중 가장 시장친화적인 인물이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존경한다는 피용은 대선 경선에 뛰어들면서 경제 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금 인하, 노동시간 확대, 복지 축소, 국가 개입 최소화가 주요 공약이다. 집권 5년 동안 공무원 50만 명을 줄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사르코지처럼 히잡 착용 금지까지 주장하지는 않지만 이민자 수 최소화를 공약하고 반(反)이슬람 책을 출간할 만큼 쥐페에 비해 반이민, 반난민 성향이 강하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 출신으로 동성애에도 반대한다.

 외교 정책은 실용주의다. 그는 “교착 상태에 빠진 시리아 내전을 해결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해야 한다”거나 “러시아가 지원하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같은 편에서 이슬람국가(IS)와 싸워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트럼프에 이어 피용까지 대통령에 당선되면 푸틴에게는 든든한 우군이 추가되는 셈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는 27일 2차 경선에서 결정된다. 피용은 1차 투표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언웨이 조사에서 지지율 54%로 쥐페(46%)를 앞섰다.

 중도좌파인 집권 사회당 내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을 비롯한 후보들이 인기가 없어 내년 대선은 공화당 후보와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 양강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르피가로에 따르면 FN은 “사르코지 탈락으로 갈 곳을 잃은 (공화당) 고아들이 르펜에게 오기를 희망한다”며 공화당 내 보수세력의 이탈을 유도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프랑스#대선#사르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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