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NYT는 보석같은 존재”… 화해 손짓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4일 03시 00분


‘가장 적대적 언론’ 전격 방문… “NYT 안보면 20년은 더 살것”
처음엔 4분여 비판 쏟아내다가 “존경심 갖고 있다” 관계회복 의지
기자들 1층 로비서 항의 움직임에… 트럼프, 지하주차장 통해 들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대선 때 자신과 앙숙 관계였던 뉴욕타임스(NYT)를 방문했다. 21일 5개 방송사의 경영진과 앵커 등을 트럼프타워로 초대한 데 이어 다음 날엔 자신에게 가장 적대적인 신문사를 직접 찾아간 것이다.

 뉴욕 맨해튼의 NYT 본사를 찾아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 발행인을 비롯해 칼럼니스트들과 인터뷰를 한 트럼프는 “대선 기간 뉴욕타임스가 나에 대해 편파 보도를 했다”며 시작부터 4분여 동안 비판을 쏟아냈다. “뉴욕타임스를 보느냐”는 질문에 트럼프는 “불행하게도 본다. 보지 않았다면 아마 (내 실제 수명보다) 20년은 더 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엔 “그럼에도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중요한 보석 같은 존재다. 존경심을 갖고 있다”며 관계 회복 의지를 나타냈다.

 트럼프는 인터뷰를 취소했다가 번복하는 등 하루 종일 신경전을 벌였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트위터에 “뉴욕타임스가 (오프더레코드라는) 인터뷰 조건을 바꿨다. 만남을 취소할 것”이라고 했다가 몇 시간 뒤 다시 인터뷰에 나섰다. 트럼프는 NYT 기자들과 충돌할 것을 우려해 사옥 1층 로비 대신 지하 주차장을 이용해 들어갔다고 의회전문 매체 더힐은 전했다.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개인 e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기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클린턴을 기소하는 것은 미국에 매우 분열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나는 클린턴 부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녀는 (대선 기간 이미) 다른 많은 방식으로 상당히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선 때 탈퇴하겠다고 밝힌 오바마 어젠다의 핵심 중 하나인 기후변화협약에 대해 “나는 그것(기후변화협약 탈퇴)을 아주 면밀하게 보고 있다.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인간 활동과 기후변화 간에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며 기존 태도를 바꿀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이날 유대인인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35)에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중재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쿠슈너가 중동 평화를 위해 공식적인 자리를 맡지는 않겠지만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특사로 임명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화해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사위는 그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매우 훌륭하게 (임무를)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백인 극우주의자 중심의 보수 누리꾼 집단 ‘대안우파(alt-right)’에 대한 거부 의사도 명백히 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한 물음에 “나는 이들에게 동력을 주고 싶지 않다. 이 단체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대안우파는 유대인을 혐오하고 백인 지상주의를 내세우며 이민 확대를 반대한다.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모임에선 참석자 270여 명이 트럼프 당선을 “우리의 승리”라고 환호하면서 “하일 트럼프” 등 나치식 구호를 외치며 특유의 경례 동작을 하기도 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뉴욕타임즈#트럼프#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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