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쿠바 성의 안보이면 다시 관계 단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30일 03시 00분


국교정상화 협정 재협상 압박… 중남미 좌파 정권들 우려 커져
WSJ “페루-칠레, 중국과 손잡아”
오바마, 카스트로 장례식 불참할듯

 미국과 쿠바 사이에 불던 훈풍이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 서거 이후 난기류로 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이 직접 나서 “미국을 위한 더 나은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다시 관계를 단절하겠다”며 쿠바를 압박했다. 쿠바의 개혁 개방을 본보기 삼으려던 다른 중남미 좌파 국가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28일 트위터에 “쿠바가 쿠바 국민과 쿠바계 미국인, 미국을 위한 더 나은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맺은) 협정을 끝내 버리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날은 1961년 양국의 외교 단절 이후 55년 만에 미국 항공사의 쿠바 직항편이 재개된 역사적인 날이었지만 트럼프의 발언은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가 펼쳤던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트럼프가 뒤집으려 하면서 중남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바의 대미 관계 개선 과정은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등 다른 좌파 정부의 관심사였는데 차질이 빚어질 경우 남미의 고립주의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호세 아얄라 라소 전 에콰도르 외교장관은 “트럼프가 큰 실수를 했다. 미국과 쿠바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려던 남미 국가들마저 (미국에) 거부당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남미 국가들은 트럼프가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뒤 이민자 정책 강화로 인한 미국과의 관계 경색을 우려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발을 뺄 것을 공언하자 TPP에 가입한 멕시코 페루 칠레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WSJ는 “페루와 칠레는 이미 발 빠르게 중국과 보다 포괄적인 경제 협정을 맺는 협상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혁명가’와 독재자’로 평가가 극단으로 엇갈리는 카스트로 전 의장의 4일 장례식에 각국 지도자들도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미 불참을 선언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 등 중남미 국가 지도자들은 대거 쿠바를 찾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오바마#트럼프#쿠바#카스트로#장례#외교#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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