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각, 꼬이는 국무장관 인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30일 03시 00분


측근들 ‘롬니 지명’ 찬반 충돌… 퍼트레이어스 前CIA국장 부상
軍출신-불륜 스캔들 전력 약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새 내각의 최고위직인 국무장관 지명을 놓고 내부 진통을 겪으면서 제3의 카드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앙정보국(CIA) 전 국장이 부상하고 있다. 퍼트레이어스는 28일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와 회동했다. 당초 트럼프는 탕평 인사 차원에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국무장관으로 검토했으나 측근들이 “트럼프를 비난한 사람은 안 된다”고 맞서 또 다른 유력한 후보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비롯한 퍼트레이어스 등 대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퍼트레이어스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당선인과 한 시간 정도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 트럼프도 트위터에 “(만남에서) 매우 감명 받았다”고 전했다. 퍼트레이어스는 중부군사령관과 이라크전을 이끈 국제안보지원군(ISAF)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으로 국무장관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 퍼트레이어스는 미국의 지금까지의 중동 전략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며 “퍼트레이어스의 관점은 트럼프보다 존 케리 국무장관에 더 가깝다”고 분석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사설에서 “롬니를 선호하지만 논의가 지나치게 분열적이라면 넓은 전략적 시야를 갖추고 외교와 힘을 사용할 때를 분별할 줄 아는 퍼트레이어스를 고려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IA 국장 시절 자신의 전기 작가와 불륜 관계였던 사실이 밝혀지고 그 과정에서 기밀문서까지 유출한 것으로 드러나 불명예 사임한 전력이 최대 약점이다. 지난해 4월 기밀 누설 혐의가 인정돼 집행유예 2년에 벌금 10만 달러가 선고됐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마이클 플린, 국방장관 물망에 오르는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사령관에 이은 또 다른 군 출신 인사라는 점도 흠이다.

 WSJ는 “트럼프의 핵심 인사 선임이 정권인수위원회 내 주도권 다툼으로 늦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수석고문 내정자인 켈리언 콘웨이는 28일 CNN 인터뷰에서 “반(反)트럼프 운동에 앞장선 롬니가 내각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임명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끼는 수많은 목소리를 듣고 숨이 막힐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온건파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과 일부 참모는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낸 안정감 있는 롬니를 여전히 미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29일 또 다른 국무장관 후보인 공화당 소속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과 회동한 뒤 롬니를 다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한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롬니#퍼트레이어스#트럼프#내각#국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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