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워싱턴 정가 리모델링”… 기성정치 뒤엎고 새판짜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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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기 내각 해부]15개 부처중 13곳 장관 인선 마쳐

 
“각 부처 장관이 헌 집에 들어가 이를 부수고 뒤엎도록 만들고 자신(트럼프)이 원하는 대로 리모델링하려는 것 같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는 마무리 단계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조각(組閣) 인선을 이렇게 총평하며 “워싱턴 정가에 ‘레킹 볼(wrecking ball·건물 철거용 쇠공)’을 내려치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기성 정치판을 비판하며 당선된 트럼프가 핵심 포스트에 ‘워싱턴 아웃사이더’이거나 비전문가인 불만 세력을 포진시켜 기성 정치판을 뒤엎고 완전히 새판을 짜라는 지지자들의 희망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도 트럼프가 대선 후 밋 롬니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 공화당 주류 출신 정적을 접촉하는 등 잠시 광폭 행보를 보였지만 결국 자신의 배경과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철저히 중용하는 트럼프식 ‘마이 웨이’ 인선을 선보였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평가라고 보도했다. 상원 인준이 필요 없는 백악관 참모진을 제외하고 15개 부처 장관 가운데 13곳에 대한 인선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눈에 띄는 지명자들의 공통분모는 공직 경험 부족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는 대학 졸업 후 엑손모빌에서만 41년 동안 근무하며 최고경영자(CEO)에까지 오른 사업가 출신으로 외교는 물론 공직 자체의 경험이라곤 하나도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 외엔 그의 대외정책 인식에 대해 알려진 것도 없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장관 후보자도 지난달까지 “정부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고 대통령에게 누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며 장관직을 고사했던 사람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들에게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새로운 운영 방식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2012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는 ‘레킹 볼’의 대표적 사례다. 그는 공화당 경선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폐쇄할 부처 중 하나로 에너지부를 꼽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8년 동안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주력하던 에너지부를 개혁하겠다는 뜻이다. 페리 후보자는 현재 환경과 원주민 성지 파괴로 논란이 된 ‘다코타액세스’ 송유관 건설을 맡고 있는 ‘에너지트랜스퍼파트너스’의 이사로 일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앤드루 퍼즈더 CKE레스토랑 CEO를 노동장관 후보에 지명한 것도 노동자들에 대한 선심성 정책으로는 미 경제를 되살릴 수 없다는 트럼프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그를 포함해 억만장자가 절반이다. 뉴욕타임스는 “후보자의 총 재산규모가 최소한 14조 원이 넘는 ‘거질리어네어(gazillionaire·거부) 내각”이라고 비판했다.

 외교 수장(首長)에 문외한이 들어선 가운데 국방장관(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사령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마이클 플린 전 육군 준장)에 외교정책을 조율해 본 경험이 없는 강경파 군인이 지명된 것은 북핵 등 핵심적 안보 이슈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사설에서 “트럼프 내각은 외교정책에 대해 고립주의자 트럼프를 도우면서 강경한 성향을 띨 수 있다. 내각에 장군 출신 관료가 3명이나 있는데 트럼프가 누구의 조언을 선호할지, 정작 긴박한 사태가 발생할 때 관료들의 조언을 따르기나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해병대 예비역 대장 출신 존 켈리 국토안보부장관 후보자와 미 해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사령관까지 지낸 ‘특전통’인 라이언 징키 내무장관 후보자(공화당 하원의원) 등 매파 군인들이 내치 담당 수장에 대거 임명된 것도 특징이다.

 백인 남성 중심의 인사는 미 사회의 다양화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장관 후보자 13명 중 백인이 11명인 반면에 흑인은 1명(카슨 주택도시개발장관), 아시아계도 1명(대만계인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밖에 없다. 내각 ‘빅4’로 불리는 국무, 국방, 법무, 재무장관 후보자는 모두 백인 남성이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트럼프#인선#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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