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준금리를 14일 0.25%포인트 높은 0.50∼0.75%로 올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로 금리 ‘돈 풀기’로 경기부양을 계속하다 작년 말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지 1년 만이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표시”라고 말했다. 고용과 소비 심리가 좋아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경제 성장의 기대감이 커진 만큼 본격적으로 달러를 거둬들이겠다는 의미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우리에게 ‘양날의 칼’과 같다. 달러 가치 상승 여파로 외국인 자본 이탈이 우려되지만 원화 가치 하락 덕분에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늘 수도 있다. 그런데도 어제 국내 주가·환율·채권금리가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장을 보인 것은 경제성장 전망이 어두운 데다 1300조 원이나 되는 가계부채 리스크 때문이다.
1년 전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인상 속도를 매우 느리게 가져가겠다”고 밝혔을 때 한국은 부동산 거품을 빼고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키며 구조개혁으로 경제의 기초체력을 기르는 ‘숙제’를 했어야 했다. 지금 돌아보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낸 게 없다. 미국이 내년에 금리를 세 번 더 올릴 경우 내년 말이면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을 웃돌게 된다. 금리를 따라 올리자니 고령층과 저소득층, 영세 자영업자들은 추가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고,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선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질 우려가 크다.
위기의 뇌관을 진화해야 할 재정 통화정책 당국자들은 벌써부터 엇박자로 혼란을 키우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돈을 푸는 전통적 경기부양책을 고집하는 반면 한국은행은 “성장과 물가만 볼 수 없다”며 금융안정을 강조한다. 어제 한은은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로 동결했다. 뒤늦게 경제 컨트롤타워를 자임한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취약계층의 고금리 대출이 부실해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부동산 연착륙 계획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상시 기업 구조조정으로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제 구원투수로서 숙제를 할 시간이 반년도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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