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의 프리킥]트럼프, 중국의 급소를 노리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6일 03시 00분


허문명 논설위원
허문명 논설위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경제사령탑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월가 기업인 출신을 앉히더니 외교정책 수장인 국무장관에까지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렉스 틸러슨을 지명해 세계가 놀랐다. 국무부에서 일하는 미국 지인에게 전화했더니 “국무부도 발칵 뒤집혔다. 외교는 기업 경영보다 복잡한데 어떤 정책이 나올지 초미의 관심”이라고 했다.

중국 압박, 엄포 아니다

 마침 이번 주 한국을 방문한 미국과 일본 안보 전문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와도 접촉하고 있는 워싱턴 싱크탱크 연구원들과 미일 관계에 해박한 일본 방위성 출신 학자였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트럼프의 중국 정책이 전임 버락 오바마 시대와 다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가 대만 총통 차이잉원과 직접 통화한 데 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할 수 없다고 돌직구를 날린 것은 유세 기간에 했던 대(對)중국 압박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일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복수의 워싱턴 학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월가 인사들이 포진한 트럼프팀은 중국 경제 내부를 예리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트럼프는 남중국해나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미 국민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중국 경제의 급소를 파고드는 전략을 검토 중이다. 금융기관, 기업, 가계가 떠안고 있는 악성 부채가 중국의 뇌관이다. ‘경제 전쟁’ 전문가들이 포진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압박은 금융 무역 등 첨단 경제무기가 동원되는 소프트 전쟁이 될 것이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빚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민간채무는 2016년 3월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09.8%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2경이 넘는 규모다. 철강, 조선, 정유, 석탄, 자동차 등의 공급 과잉과 경영 부실은 1920년대 미국 대공황 때보다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인들의 자살도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대출 중심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신흥국 중 1위다. 외국계 금융기관 한국 지사장은 “더 큰 문제는 숨겨진 악성 부채가 통계보다 10배 이상 많다는 점”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지만 대규모 실업 등에 따른 국민 저항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한쪽에서는 중화민족주의를 강조하며 시진핑 1인 권력을 강화하고 한국 등 이웃 나라들을 힘으로 누르려는 패권주의를 추구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중진국 병을 깊이 앓고 있는 양면성을 띠는 게 오늘의 중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며 관세 폭탄을 안기거나 월가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 내 글로벌 자금을 회수 또는 대출을 조기 상환하겠다는 식으로 돈줄을 조인다면 중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실화될 미중 경제전쟁

 중국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벌써부터 관영 환추(環球)시보를 통해 “트럼프가 중국산 수입품에 45% 관세를 물리면 양국 관계는 마비될 것”이라면서 보잉사 여객기 구매 취소는 물론 미국산 자동차와 아이폰의 중국 판매도 어렵게 할 것이고 미국산 콩과 옥수수 수입도 중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경제전쟁은 이미 불이 붙고 있다. 까딱하면 한국은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세계가 급변하고 갈 길이 급한데 우리는 국정 혼란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미중 경제전쟁#트럼프#대만#차이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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