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총맞은 외교’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 피격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1일 18시 16분































#.1
‘총맞은 외교’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 피격 사망

#.2
‘탕’
19일 오후 터키 수도 앙카라의 현대미술관에서
일곱 발의 총성이 울려퍼 집니다.

총격을 당한 터키 주재 러시아대사 안드레이 카를로프(62)는
속절없이 바닥에 꼬꾸라져 사망했죠.

#.3
카를로프 대사를 공격한 범인은
터키 현직 경찰관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22)였습니다.

그는 총격 이후 왼손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며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 알레포를 잊지 마라, 시리아를 잊지 마라”
라고 소리쳤죠.

이미 쓰러져 있는 카를로프 대사를 향해
세 발을 더 발사하며 확인사살까지 합니다.

#.4
현지 언론에 따르면 총격범 알튼타시는
터키 이즈미르 주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앙카라에서 시위진압 대원으로 일했습니다.

사건당일 그는 검색대에서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며
경호 인력인 것처럼 위장해 총기를 휴대한 채 카를로프 대사 뒤쪽으로 접근했죠.

그는 사건 발생 직후 긴급 출동한 경찰특공대의 총에 숨졌습니다.

#.5
그의 범행 동기를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범인이 알레포 사태를 언급한 만큼
최근 러시아가 지원하는 시리아 정부군이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를 초토화시킨 것을 두고 나온 보복이라는 분석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 분석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시리아 내전과 연관된
터키와 러시아의 행보를 살펴봐야 합니다.

#.6
이슬람의 가장 큰 두 종파인 수니파, 시아파의 대리전으로 불리는 시리아 내전에서
그동안 수니파 국가인 터키는 시리아 반군을
러시아는 시아파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양국은 1년 전까지만 해도 터키 군이 시리아 국경에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시킬 정도로 일촉즉발 대결 상황이었죠

#.7
하지만 최근 터키와 러시아는 무역 협정을 타결시키며
‘친근 모드’로 분위기 반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흑해를 관통하는 가스관 건설에 합의한 것이죠.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시리아 반군으로썬 난감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8
그래서 범인인 알튼타시도 시리아 반군과 연계된 인물이거나 추종자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죠.

현재 아랍 대중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몰락 직전의 독재자인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살려 놓은 러시아에 대한 반(反)러 감정이 팽배해 있습니다.

#.7
현지 경찰은 알튼타시의 집을 급습해 증거 확보에 나섰고 가족을 상대로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터키 정부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인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프 귈렌을 지목하고 범인과 귈렌의 연결 고리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죠.

#.8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 무장 세력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수니파 무장 세력인 이슬람국가(IS) 추종자들은 인터넷에서 환영의사를 밝혔죠.
이는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를 지원함과 동시에 IS 소탕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지 경찰은 이슬람 무장 세력의 개입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죠.

#.9
숨진 터키 주재 러시아대사 카를로프는 외교관 경력 40년의 정통 외교 관료로 한국과 북한에서 20여 년간 근무해 한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3년 터키 대사로 부임해, 시리아 내전 개입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기간동안 일해왔죠.

#.10
이번 사건으로 터키 주재 외교관들이 받은 충격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대사는 (한 국가의) 상징이자 표적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너무나 끔찍하다"
- 전 러시아 주재 영국 대사 토니 벤튼 경

"카를로프는 조용한 말투를 지닌 친근한 직업 외교관, 이번 사건은 충격적이다"
- 리처드 무어 터키 주재 영국 대사

#.11
일각에선 이 일로 터키와 러시아의 관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사건 이후 긴급 전화 통화를 한 뒤
양국 관계가 여전히 공고하다고 함께 공표했죠.

#.12
“이같은 도발에 대한 유일한 대답은 테러리즘과의 싸움을 강화하는 것이다. 악당들은 이를 실감하게 될 것"
- 푸틴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와 터키는 양국 관계 정상화를 훼손하려는 이런 도발에 혹하지 않는다” -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원본 | 권재현 기자·황인찬 기자
기획·제작 | 김재형 기자·이고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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