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아닌 법률 근거한 조치… 대체입법-소송 아니면 번복 어려워
공화-석유업계 “오바마 권력 남용… 트럼프 취임 첫날 무효화될 것”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인 유산인 기후변화 어젠다를 놓고 신구(新舊) 권력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석유와 석탄 등 에너지산업 활성화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환경보호청장에 오바마의 기후변화 정책을 시종일관 비판해 온 스콧 프루잇 오클라호마 주 법무장관을 지명하자 퇴임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은 후임자가 손을 대지 못하도록 에너지산업에 ‘대못 박기’를 잇달아 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북극해에 속한 미 영해와 대서양 일부 영해를 석유와 가스 시추 시설 임대 금지 구역으로 영구 지정했다. 북극해 중 알래스카 인근의 추크치, 뷰포트 해와 매사추세츠 주에서 버지니아 주 해안을 따라 뻗어 있는 31개의 해저 협곡이 대상이다. 대통령 행정명령이 아니라 관련 법률을 시행한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를 동원해 법률을 폐기하고 대체 입법을 하거나 소송에서 이기지 않는 한 쉽사리 뒤집을 수 없도록 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1953년 제정된 ‘외각 대륙붕 이용에 관한 법’에 근거해 이들 수역에서 추가 시추를 금지한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법을 폐기하지 않는 한 조치를 무효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도 이날 북극해 중 자국 영해에서의 시추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5년간 북극해 인근에서 석유 시추 등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지난달 내렸다. 또 19일에는 석탄업체가 채광을 마친 탄광 부지를 채광 이전으로 복원토록 강제하는 규제를 시행했다.
공화당과 에너지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석유 왕국’인 텍사스가 지역구인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다시 한번 권력을 남용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취임 첫날 무효화될 것”이라며 “(오바마가 권력 남용을 못하도록) 집무실에서 펜과 전화기를 치워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석유협회의 댄 나트 수석부회장은 CNN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로 미국이 에너지산업의 선두주자로 도약하는 게 아니라 자원의존도를 오히려 높이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