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양대 핵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22일(현지 시간) 핵 전투력 강화 방침을 동시적으로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세계가 핵무기에 대한 분별력을 갖게 되는 시점까지는 핵 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방 관련 연설에서 “전략 핵무기 부대의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응한 발언이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은 통상정책에 뒤이어 안보에서도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켜온 세계 질서에 대대적 변화를 예고한다. 핵 관련 트럼프의 이번 발언도 돌발적인 엄포가 아니라 핵무기를 관할하는 미 공군과 해군 장성들과의 회동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정책적 전환의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에 전격 개입해 전세를 뒤집으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또 “러시아를 위협하는 나토의 시설은 러시아 미사일의 타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서방 사회를 계속 흔들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러시아가 전방위로 도전하는 것을 손놓고 보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의중인 듯하다.
트럼프 당선인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과 푸틴 대통령의 호전성이 충돌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부터 추진해온 ‘핵 없는 세상’ 정책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러가 핵무기 경쟁을 벌인다면 그 여파는 곧장 한반도를 덮치게 될 것이다. 북이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를 틈타 핵 능력을 더욱 고도화하는 데 매진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로서는 한반도 비핵화 노력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자위적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한일의 핵무장을 용인할 뜻을 내비쳤다. 미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에 변화의 가능성이 예상된다. 미국의 핵 정책 변화가 북핵 억제와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미일 간에 긴밀한 협의와 대비가 필요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