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行 러 군용기 흑해 추락… 軍합창단 등 92명 전원 숨진듯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6일 03시 00분


러당국 “기체고장-조종실수 추정… 테러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

 러시아 소치에서 출발해 시리아 라타키아로 향하던 러시아 군용기가 이륙 직후 흑해 상공에서 갑자기 추락했다. 약 90년 역사의 ‘붉은 군대 합창단’으로 알려진 러시아군 소속 알렉산드로프 앙상블 단원 68명 등 탑승자 92명이 모두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타스 통신 등 외신들은 25일 오전 5시 40분 소치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러시아 국방부 소속 투폴레프(Tu)-154 항공기가 이륙 7분 만에 레이더에서 사라졌고 이후 항공기 잔해들이 소치 해안에서 1.5∼8km가량 떨어진 흑해 수심 50∼70m 등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항공기에는 승객 84명과 승무원 8명이 타고 있었다. 러시아 군악대의 대표 지휘자인 발레리 카릴로프 장군과 언론인 9명도 있었다. 러시아 국방부 당국자는 “항공기가 추락한 지점에서 시신 4구를 수습했다”며 “생존자가 있다는 신호는 없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로프 앙상블은 시리아에 주둔 중인 러시아 공군기지 등에서 장병들을 위해 신년 위문공연을 할 계획이었다. 1928년 단원 12명으로 출발한 이 합창단은 볼쇼이 합창단, 돈코사크 합창단과 함께 러시아의 3대 합창단에 꼽힌다. 남성 합창단 특유의 장엄한 음색으로 러시아 정서를 표현해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만 1500회 이상 공연했다.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 삽입곡 ‘백학’을 부른 러시아 국민가수 이오시프 코브존도 1950년대 알렉산드로프 앙상블에서 활동했다.

 사고기는 소치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뒤 운항에 필요한 적정 고도에 오르지 못하고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들이 조난 신고도 보내지 않아 사고가 순식간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수사기관 당국자는 “항공기 기체 고장이나 조종사의 실수 등이 유력한 원인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Tu-154는 러시아 항공우주업체 투폴레프가 옛 소련 시절 개발해 1966년 처음 비행한 여객용 항공기로 1998년까지 1000대 이상 생산됐다. 사고 항공기는 올해 9월 정기점검을 받았으나 1983년 생산돼 30년 이상 운항했을 정도로 낡았다. 현재까지 비행시간이 6689시간에 달한다.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빅토르 오제로프 상원 국방·안보위원장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러시아 영공에서 발생한 일이다. 테러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철새 서식지가 공항과 가까워 새가 항공기 엔진으로 들어가 비행기가 고장 났을 가능성도 나온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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