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의 유라시아 대륙 외교정책에 변화를 주려는 것 같다. 유라시아의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힘을 합쳐 미국에 대항하는 현재 구도는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
미 공화당 외교의 핵심은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중국 등 유라시아 강대국들 간의 세력 균형을 통해 미국이 최강국 지위를 유지하고, 세계 질서와 평화를 관리하는 것이다. 즉 미중, 미-러 관계가 중-러 관계보다 더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라시아 강대국들의 영향력을 인정하면서, 세계평화는 세력 균형 정책으로 관리하고, 해군력 증강과 핵무기 현대화를 위해 국방예산을 증액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초강대국이 강대국 중시 외교를 추진할 경우, 작은 나라들의 이익이 적절히 고려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우리는 트럼프 외교에서 이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대표적 친러 성향 인사인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내정했는데, 그를 통해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시도할 것이다. 즉 우크라이나를 중립화하고 분권화하는 대신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말이다.
미-러 관계가 긴밀화되고, 미중 관계에 긴장이 조성되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 문제는 대체로 중국이 주도하고 러시아가 지원하는 구도인데, 미중, 미-러 관계에 변화가 생기면 북-중, 북-러 관계에도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미중 간 경제통상 분야와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긴장이 조성되면 자연스럽게 북-중 관계가 긴밀해 질 수 있으며, 북-중 관계가 긴밀해지면 중국이 대북제재 공조 참여에 소극적일 수도 있다.
긍정적 측면은 미-러 관계가 긴밀해지면 북한 문제에 대한 중-러 간 공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러시아의 지원 없이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중국 혼자 막아내기는 어렵다. 중국이 그러한 역할을 떠맡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북한 문제가 미-러 간 또는 미중 간 협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하면서, 한국은 유라시아 강대국들의 세력 균형 변화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 한-러 관계 증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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