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하드 브렉시트’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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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EU 단일시장 완전히 떠날것”
美-EU 동맹 흔들… ‘美英 vs 獨佛’ 구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가 ‘지역 동맹’(유럽연합·EU) 대신 ‘종족 동맹’(미국)을 택했다.

 메이는 17일 영빈관인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가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중대 연설에서 “우리는 EU와 새롭고 동등한 파트너십을 추구할 것”이라며 “우리는 EU의 단일 시장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EU 회원이나 준회원 자격 등 반쪽은 머물고 반쪽은 떠나는(half-in, half-out) 일은 없다”고 선언했다.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완전히 떠나는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를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협상 기간과 탈퇴 속도에 대해선 “브렉시트 협상을 리스본 조약 50조에 규정된 2년 안에 완료하기를 바란다”며 “단계적 브렉시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영국은 EU 단일시장을 이탈해 EU와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을 추구할 것이라며 EU 단일시장에 대한 최대한의 접근을 추구하겠다고 설명했다.
 

▼ 트럼프 선택한 메이… 지역 동맹 대신 ‘종족 동맹’으로 ▼

 메이의 하드 브렉시트 정면돌파 선언은 취임을 사흘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든든한 후원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15일 유럽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영국의 브렉시트를 적극 도울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미국과 영국의 양자 무역협상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직후 메이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메이는 이날 국경 및 이민 통제, EU로부터의 독자적 사법권 확보 등 12가지 목표도 발표했다. 영국 내무부는 이미 EU 노동자들과 여행자들에 대한 새로운 통제 시스템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의 발표는 EU를 향한 이별 선언과 다름없다. 그동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EU 지도자들은 “영국이 자유로운 이동은 제한하면서 단일 시장에 남으려는 ‘체리 피킹(Cherry picking·유리한 것만 챙기는 행위)’을 용납하지 않겠다”라고 경고해 왔다.

 이에 대해 메이는 “브렉시트를 했다고 우리를 처벌하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유럽 국가들 스스로 제 살을 깎아먹는 재앙적인 일이 될 것이고 그건 친구의 행동이 아니다”라고 EU에 경고했다. 이어 “영국에 나쁜 무역협정을 갖느니 아무 협정도 없는 것이 낫다”라며 “이런 상황에 내몰린다면, 영국은 수정경제 모델을 채택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U보다 법인세를 낮춰 EU로 갈 투자를 가로채는 조세피난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압박이다.

 이날 선언으로 미국과 EU의 대서양 동맹이 깨지고 ‘미국-영국’과 ‘독일-프랑스’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의 조기 미영 양자 자유무역협정 제안은 메이의 대(對)EU 협상력을 높이겠지만 EU가 극도로 반감을 가지는 ‘앵글로색슨 동맹 계획’의 느낌이 든다”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당장 독일과 프랑스는 트럼프가 브렉시트를 치켜세우며 “다른 EU 국가도 영국의 뒤를 따를 것”이라고 EU 해체를 유도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메르켈은 16일 뉴질랜드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유럽인의 운명은 우리 손에 놓여 있다”라고 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이날 주프랑스 미 대사 이임식에서 “EU는 외부의 충고가 필요 없다”라고 반박했다.

 영국의 앞길도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는 이날 연설에서 “협상 전에 의회에서 브렉시트 타결안에 대해 투표를 거치겠다”라고 약속했지만 보수당 내에서도 “의회에서 무조건 통과될 걸로 보는 건 착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장 제1 야당인 노동당 예비내각 키어 스터머 브렉시트 장관은 “기업들을 위해 영국은 EU와 관세동맹에 반드시 머물러야 한다”라며 메이의 결정을 비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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