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사업가’ 투자 성향으로 본 트럼프 리더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1일 03시 00분


[트럼프 시대 개막]좌충우돌형 같지만… 결정적 순간엔 ‘안전 우선’
자극적 발언, 대부분 계산된 것 “투자 않는게 가장 훌륭한 투자”
위험요인 따져보는 신중한 스타일

 좌충우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동산 개발로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의 투자 철학은 ‘안전 우선주의’다. 중요 투자를 결정할 때는 더 신중하다. 위험 요소에 대한 계산이 모두 끝나야 도장을 찍는 그는 “때때로 가장 훌륭한 투자는 아예 투자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최종 결정에 공을 들인다.

  ‘이단아’ 트럼프가 20일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그가 국정 1인자로서 어떤 리더십을 펼칠지 관심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그가 돌출 발언을 내놓지만 그의 과거 투자 성향을 보면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을 상대하는 중요 외교 결정에는 심사숙고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인재개발기업인 ‘실렉트 인터내셔널’은 최근 과거 투자 스타일을 분석해 트럼프 리더십 특징을 △보수적 의사 결정 △높은 수준의 목표 설정 △자신을 사랑하기 △인재 발굴에 적극 힘쓰기 △일에 몰두하기 등 5가지로 압축했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는 매우 보수적인 투자자다. 트럼프가 트위터와 인터뷰를 통해 쏟아내는 자극적 발언은 정책 결정 전 상대와 대중의 반응을 떠보려는 것이다. 실렉트 인터내셔널의 폴 글리츠호퍼 사무국장은 “표면적으로 돌출 행동을 좋아하고 위험 요소가 많은 인물로 평가되지만 그는 실제 결정에서는 보다 안정된 선택을 한다”라고 전했다.

 외교 부문은 특히 그렇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을 달궜던 러시아의 해킹 논란에 대해 해가 바뀐 11일에야 기자회견에 나서 “배후에 러시아가 있을 것”이라고 인정했고, 미-러 정상회담 추진 보도에서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며 극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까닭에 트럼프가 중국, 북한에 대해서도 날 선 발언을 하지만 실질적 행동에 나서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의 꿈을 이룬 트럼프는 더 큰 꿈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국내에도 출간된 저서 ‘빅씽킹’(2007년 초판)을 통해 그는 “크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행동하면 불가능이 가능해진다”라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는 ‘반(反)중·친(親)러’ 노선을 강화해 기존 세계 질서를 뒤흔들며 미국의 이익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안팎의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 하지만 ‘자기애성 인격 장애인’이라고까지 평가받는 트럼프의 높은 자존감과 자기 확신은 흔들림 없는 정책 추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 경영자 경험을 통해 습득한 인재 발굴 능력은 국정 경험이 전무한 그에겐 큰 자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내각 인준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이 트럼프와 달리 급진적 발언을 자제해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켰고, 후보자들이 소신 발언을 이어가자 트럼프는 “잘하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하루 3, 4시간만 자는 일중독인 그의 업무 스타일은 대통령이 된 후에도 변함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취임식 날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를 폐기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것을 시작으로 바로 업무에 돌입하겠다고 일찍부터 밝혔다. 그는 연말연시 휴가철에 이런 트윗을 날린 적도 있다.

 “당신이 일과 여가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 관심이 있다면 당장 그런 노력을 멈춰라. 그 대신에 일을 보다 즐겁게 하라.”(2014년 12월 31일 오전 7시 45분 트위터 글)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트럼프#투자#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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