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 날인 21일 미국 전역에선 ‘반(反)트럼프’를 외치는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날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반트럼프 여성 행진’에는 50만 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민주당 소속 커스틴 길리브랜드 상원의원,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 영화배우 스칼릿 조핸슨, 가수 얼리샤 키스 등 유명인들도 참여했다. 사전 예고도 없이 시위에 참가한 ‘팝의 디바(여왕)’ 마돈나는 “사랑의 혁명에 동참한 것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여성으로서 폭압의 새 시대를 거부하고, 저항한다”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여성 혐오증과 성희롱 전력으로 구설에 올랐던 트럼프를 조롱하듯 고양이 모자(Pussyhat)를 쓰고 행진했다. ‘푸시(Pussy)’는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은어다. “유명인이 되면 여성의 성기를 움켜쥐고, 어떤 것도 할 수 있다”던 10년 전 트럼프의 음담패설을 꼬집은 퍼포먼스인 셈이다. 미국 전역과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동시 진행된 이 행진에는 총 200만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된다.
취임식 당일에도 일부 시민들은 ‘트럼프는 내 대통령이 아니다’ ‘(트럼프는) 자격이 없다’는 피켓을 들고 반정부 폭력시위를 이어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500여 명이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워싱턴 시내를 행진했고, 일부는 망치로 가게 유리창을 깨부수기도 했다. CNN은 이 과정에서 시민 90여 명이 체포됐고, 경찰관 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트럼프 지지자들은 “우리가 딱 듣고 싶은 말을 했다”며 환영했다. 오하이오에서 온 20대 청년 스티브 페리는 “중산층인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을 했는데 무엇이 잘못됐느냐”며 “대책 없이 무책임하게 ‘오바마식 희망’을 가지라는 게 맞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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