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취임사에서 제1 국정 운영 원칙으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천명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방위 드라이브에 나섰다. 그는 취임식에서 “공허한 말의 시대는 끝났고, 이제 행동의 시간이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취임식과 거의 동시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를 추진하기 위한 6대 국정 과제를 발표했다. △미국 우선 외교 정책 △미군 재건 △모든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 △일자리 회복과 성장 △미국 우선 에너지 정책 △법질서 복원 등이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최첨단 방어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는 등 북핵 위협이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안보 현안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미국 우선 외교 정책에 대해 백악관은 “미국의 이익과 안보에 초점을 맞춘 외교 정책을 펼 것”이라며 “힘을 통한 평화가 외교 정책의 중심”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테러단체로의 자금 지원을 끊고 정보 공유를 확대하며 사이버전에 참여하기 위해 전 세계 파트너국들과 공조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러집단을 이슬람국가(IS) 등으로 한정하지 않아 이란 등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평가다. 공화당이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추가 도발을 하면 테러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NHK는 “북한이 새 엔진을 장착한 신형 ICBM 2기를 21일 새벽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기 전 이동식 발사대에 탑재해 평양 북쪽에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등 해외정보를 총괄하는 중앙정보국(CIA)을 취임 후 첫 정부기관으로 방문해 “우리는 테러집단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지금까지 우리의 진짜 힘을 다 사용하지 않았다”며 세계 최강 군사·정보대국의 힘을 본격적으로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미군 재건 정책과 관련해선 “북한과 이란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최첨단 미사일방어체계(MD)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마련된 국방 시퀘스터(예산 자동 삭감)를 끝내고 군사력 확충을 위한 새 예산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백악관은 덧붙였다.
백악관은 무역협정에 대해선 “미국과 맺고 있는 무역협정을 위반하거나 우리 노동자에게 해를 가하는 국가들은 철저히 단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통상정책 수장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 후보자로 하여금 미국이 맺고 있는 모든 무역협정을 점검해 필요하면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한국과의 무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면 이를 수정하거나 폐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취임사에서 “이 순간부터 미국 우선주의라는 새로운 비전이 미국을 지배할 것”이라고 연이어 두 차례 강조한 뒤 “무역과 세금, 이민, 외교에 관한 모든 결정은 미국 노동자와 가정의 이익을 위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추구할 두 가지 원칙은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라며 “수십 년간 우리는 미국 산업을 희생하며 외국 산업의 배를 불렸고 다른 나라의 군대에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매우 슬프게도 우리 군대는 고갈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조만간 주한미군 등 해외주둔 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협상에 나설 것임을 전 세계에 공식 천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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