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1시 일본 도쿄(東京) 중심가의 빌딩 지하 주차장. 주차된 도요타의 1인용 전기차 콤스(COMS)에 회원카드를 대자 “잠금이 풀렸다”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짐을 트렁크에 넣고 시동을 걸었다. 계기판이 켜지면서 배터리가 가득 차 있다는 표시가 떴다. 자동차 소음은 거의 안 났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에 들어서자 길가에 있던 남자아이가 “엄마, 저 작은 차 좀 봐”라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날 2km가량을 달리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0분. 쇼핑 1번지 긴자(銀座)와 도쿄 역을 지나는 상습 정체 구간이었지만 차체 폭이 110cm에 불과해 택시와 승용차 사이로 빠져나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최고 시속은 60km인데 시속 40km 정도까지는 금방 가속이 됐다.
목적지인 오테마치(大手町) 갓길 무인주차장에 도착하자 무릎 높이의 기둥이 보였다. ‘주차’라고 적힌 버튼을 누르자 기둥이 내려가면서 주차 공간이 나타났다. 주차를 마친 뒤 회원카드를 대자 “잠겼다”는 안내음이 나왔다. 스마트폰으로 체크해 보니 이용 거리와 시간, 요금 등의 정보가 이미 e메일로 도착해 있었다.
도요타자동차와 주차장·렌터카 운영업체인 파크24가 손잡고 선보인 1인용 전기차 ‘타임스카플러스XHa:mo’가 최근 도쿄의 화제다.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편하게 예약하고, 원하는 만큼 탄 뒤 도쿄 시내 100여 곳에 마련된 전용 주차장에 두고 가면 된다. 요금은 차종에 따라 15분에 206엔(약 2100원)부터 시작된다. 택시(기본요금 730엔)와 비교해도 비용 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량은 기자가 탄 초미니 4륜차 콤스나 3륜차 아이로드(i-ROAD)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둘 다 최고 시속은 60km이고 고속도로는 달릴 수 없다. 폭이 85cm에 불과한 아이로드는 도요타에서 미래형 도심 이동 수단으로 개발한 제품으로 아직 시판은 하지 않고 있다. 두 모델을 합쳐 모두 100대가 운행 중이다. 1회 충전으로 이용 가능한 거리는 30∼50km가량인데 충전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운영자 측에서 회수해 충전을 한다. 차량은 모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관리된다. 주행 중 전기가 바닥나면 무료 견인도 해 준다.
고객은 도심 이동이 잦은 영업사원부터 심야에 지하철이 끊긴 직장인, 백화점에서 물건을 산 쇼핑객 등 다양하다. 시간은 30분 이내, 거리는 4∼5km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다고 한다. 사토 마사히로(佐藤將弘) 파크24 모빌리티 연구소 과장대리는 “전체의 60∼70%가 재이용 고객일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일본 내에 주소가 있어야 해 아직은 외국인 관광객이 이용할 수는 없다. 도요타 관계자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맞아 외국인 관광객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아이치(愛知) 현 도요타 시와 프랑스의 그르노블 등 지방도시에서도 전기차 셰어링을 시행하지만 대도시는 도쿄뿐이다. 도요타 관계자는 “대도시는 차량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무인 카셰어링을 더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의 경우 차가 있으면 매달 주차비로 수십만 원을 내야 하고 세금과 차량 검사 등 유지비가 많이 들어 카셰어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약 85만 명이 카셰어링을 이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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