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폭스뉴스의 한 앵커는 25일(현지 시간) 트럼프의 취임 후 행적을 분석하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20일 취임 후 그야말로 폭풍 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뉴욕 맨해튼 사교계의 제왕으로 통했던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빈둥거릴 거라는 관측은 빗나갔다.
트럼프는 거의 매일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20일 취임식 직후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 폐기를 위한 행정명령을 시작으로 25일까지 13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루 평균 거의 2개꼴이다. 내용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멕시코 국경지대 장벽 건설, 불법 이민자 추방, 키스톤 XL 송유관 프로젝트 재개 등 미국 안팎을 뒤흔드는 초대형 이슈들이다.
트럼프는 벌써 중앙 부처 2곳을 공식 방문하는 등 사업가 출신 특유의 ‘스피드 행정’을 선보이고 있다. 21일 오후에는 겨울비를 뚫고 백악관 인근 중앙정보국(CIA)을 찾았고, 25일에는 국토안보부를 찾아가 연설했다.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는 취임 후 수시로 의회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이며 의회와의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폴 라이언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는 물론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정적(政敵)들도 백악관에 초대됐다. 26일에는 취임 후 처음으로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공화당 의원 연찬회가 열리는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로 출장을 간다.
트럼프가 이렇게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데에는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막내아들 배런이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를 마치는 6월까지는 뉴욕 맨해튼에 살면서 주말에만 백악관에 오기로 해, 트럼프는 평일엔 가족이 없는 ‘나 홀로 할아버지’ 생활을 하고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멜라니아, 배런과 많은 시간을 보내 왔는데 갑자기 이들이 없는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빡빡한 일정을 잡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취임 후 거의 매일 저녁식사는 워싱턴 정치인들과 같이 하고 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가급적 오후 6시 반 ‘칼 퇴근’해 가족과 저녁을 먹은 뒤 다시 밤에 집무실로 출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멜라니아와 배런은 26일 오후 잠시 백악관으로 돌아와 주말을 보낸다.
트럼프는 25일 ABC 뉴스에 방송된 인터뷰에서 취임 선서 직후 군 통수권자로서 핵 발사를 지시할 수 있는 코드를 받은 것은 “정신이 번쩍 나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무엇을 나타내는 것인지, 어떤 종류의 파괴를 말하는 것인지 설명을 들었을 때 대단히 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취임 후 소회와 하루 일과를 담담하게 밝혔다. 오전 6시 전에 일어나 신문을 보고 케이블 TV를 시청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아침 식사는 과일, 페이스트리 등 빵류에 평소 즐기는 L사의 감자칩으로 때운다. 폭스뉴스 등을 즐겨 보는 트럼프는 24일 밤 이 뉴스를 보다가 시카고에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트위터에 “올해만 42명이 총기 사고로 죽었다. 연방수사국(CIA) 요원을 시카고에 보낼 것”이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는 백악관 생활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집무실에 있는 전화기는) 내 인생에서 사용한 것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전화기들”이라며 “여기는 가장 안전한 시스템이 구비된 세계다. (내가 한) 말들이 공기 중에서 그냥 폭발해 버린다”라고 말했다. 도청이 안 된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들이 지냈던 침실에도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매우 아름답고 품격 있는 숙소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잤던 곳이라는 걸 안다면 더욱 특별해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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