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 “적 기지 공격 능력을 갖추는 것을 검토하겠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사전에 막는 선제 타격 능력 보유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나와 “(북한의 미사일 기술 개발이) 전문가의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에 핵·미사일이 배치될 위험성이 증대하고 있다”고 북한 위협론을 제기했다. 이어 “(일본이) 미국에 전략적 억지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과신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보복공격 능력을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앞서 25일 참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보다 방위비를 더 부담하라고 요구한다면 진지하게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안전 보장의 근간은 스스로의 노력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방위력을 강화해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확대할 것을 도모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증액 압박을 명분으로 자위대 전력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20일 국회 개회 이후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책과 관련해 여러 차례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은 있었지만 스스로 방위력을 높이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트럼프 행정부가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의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하에 정부 여당이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가 낮다는 점을 이유로 일본 정부에 다른 선진국 수준의 방위비 확보나 미국 기업이 만든 무기 구입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방위비는 2012년 아베 총리 집권 이후 매년 늘고 있으나 GDP 대비로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3.3%, 유럽 등의 평균 2%, 한국의 2.6%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일본 방위비는 올해 사상 최고액인 5조1251억 엔(약 52조8500억 원)을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10일 워싱턴에서의 개최를 목표로 추진 중인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종 일정은 가까운 시일 내 두 정상이 전화로 협의해 결정할 계획이다.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정상과는 처음 갖는 정상회담이 된다. 아베 총리는 미일 동맹의 굳건함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자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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