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의 프리킥]트럼프 시대, 한미동맹은 더 강해질 것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3일 03시 00분


허문명 논설위원
허문명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을 거의 미국의 주적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강도 높은 북핵 해법도 나올 것 같다. 마이클 플린 안보보좌관은 중국, 북한 전문가들로부터 상세한 보고를 받으면서 “오바마 정책과 차별화된 실질적 대안을 요구했다”고 배석했던 관계자는 전한다.

이유 있는 反中

 트럼프는 중국에 군사와 경제 양면 압박을 시도하고 있다. 남중국해로의 군사굴기, 북핵에 대한 실질적 묵인과 지원이 군사 압박의 배경이다. 경제 측면에서는 엄청난 무역불균형 때문이다. 2015년 중국은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절반(50%)을 미국에서 냈지만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의 절반(48%)을 중국에서 냈다. 환율조작국 지정, 고율 관세 부과, 미국 내 인수합병(M&A) 규제 정책이 거론되는 이유다. 반중(反中)은 ‘외부의 적’을 내세워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정치 공학적 효과도 있다.

 최근 방한한 미 외교안보 당국자들에게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무슨 요구를 할지 겁이 난다”고 했더니 “‘반중’의 앵글로 한반도 문제와 대북 정책을 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중국, 북한 견제와 위협의 최전선’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한미동맹은 더 강화되고 군사무장으로 뒷받침될 가능성이 높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취임 13일 만에 시작한 해외 순방의 첫 방문지가 일본에 앞서 한국이라는 점과 트럼프 대통령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북핵에 대한 강력한 공동 대응’을 말한 것은 의례적 덕담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하자마자 미 본토 전투기들이 한국에 순환 배치되는 것이나 첨단 미사일방어체계(MD) 구축에 나서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좀 더 적극적으로, 효과적으로 막겠다는 무장력 강화 차원이다. 3월 한미 훈련 때는 전략폭격기와 핵 항모 동원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한 달 전 만났던 미 전직 고위 정보당국자는 “트럼프는 미국의 중국 압박과 협상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한국의 핵무장까지도 열어놓고 생각할 것”이란 말을 하기도 했다.

 물론 미국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협상 결렬로 이어지면서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사 해체, 전시작전권 전환 등이 뒤따르는 비관적 시나리오도 있을 수 있다. 한국에서 친북, 친중, 반미 성향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현실화 가능성은 더 커진다.

美 설득할 수 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연 약 1조 원 수준이다. 한국은 미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이기도 하다. 2015년 기준 미국이 수출한 400억 달러 무기 중 한국과 50억 달러(약 6조 원)를 계약했다. 카투사를 비롯해 막대한 서비스를 주한미군에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협상할 수 있는 근거가 많다는 이야기다. 미국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만일 야권이 집권해도 노무현 정권 때처럼 국제 정세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대외정책의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김대중(DJ)에겐 미국 망명, 이명박(MB)에겐 글로벌 비즈니스, 박근혜 대통령에겐 퍼스트레이디 경험이 있었다. 지금 대선 주자들은 ‘도토리 키 재기’ 인물난에다 국제 정세에는 무감각하다. 모두 국내 문제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우물 안 대선’ 양상이다. 한국은 전시작전권 환수나 ‘동북아 균형자론’ 같은 자가당착적 몽상적 정책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국제 정세에 밝고 외교를 잘하는 대통령이 절실히 요구된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마이클 플린#한미동맹#북한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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