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기업 압박…약속받은 美투자액만 무려 ‘82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3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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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2018년)엔 연방 상·하원 의원들을 뽑는 중간선거가 있고, 그 다음엔 2020년 대선이다. 이 두 선거를 모두 이겨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임 기간 미국에 세워진 공장 숫자와 그 덕분에 만들어진 일자리 개수'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있겠느냐."

기자가 최근 미국 월가의 전문가들에게 "트럼프의 기업들에 대한 '미국 투자' 압박이 언제쯤이면 잦아들 것 같으냐"는 질문을 던지면 한결같이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앞으로도 "미국에 공장을 지어라"는 압박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달 초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경제 석학들은 "트럼프의 기업 괴롭히기(bullying)는 자유 경쟁과 기업 혁신을 모두 저해한다. 독일 나치 정권의 히틀러와 다를 바 없다"는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에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미국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기업의 실적과 향후 운명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글로벌 자동차회사인 로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최근 미국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자동차회사)로선 미 행정부(트럼프 대통령)의 변화에 (무조건) 적응해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공격'을 받은 기대기업 대부분이 주가 하락 같은 고통을 겪었다. 지난달 3일에도 그가 "제네럴모터스(GM)는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든가, 그렇지 않다면 많은 국경세를 내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자, GM 주가가 순식간에 0.7%나 빠졌다. 이 때문에 GM, 포드와 함께 미국 3대 자동차 업체로 꼽히는 피아트크라이슬러 자동차(FCA)는 최근 '총 10억 달러 투자, 2000명 추가 고용'을 선제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일종의 '자발적 투항'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협박'이란 채찍뿐만 아니라 당근 전략도 확실하다. '미국 내 1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馬云) 회장과 '미국 내 500억 달러 투자, 5만 개 일자리' 계획을 밝힌 일본 소트프뱅크의 손정의 회장 등은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직접 면담하고, 로비로 배웅까지 나왔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잇단 조찬 모임에서도 "미국에서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면 법인세 감면과 규제 완화의 혜택을 확실히 주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어르고 달래는 양면 전략으로 대선(지난해 11월 8일) 이후 취임식(1월20일)까지 약속받은 대기업들의 미국 투자액 합계가 무려 726억 달러(약 82조7640억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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