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反이민’ 이어 규제법안 발의… 초청이민 배우자 자녀만, 부모 제외
가결땐 교포사회에 적지않은 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이어 공화당이 합법적인 이민자 수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이민규제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인, 특히 백인들의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미국 우선주의’를 위해 백악관과 공화당이 ‘2인 3각’으로 뛰고 있는 모양새다.
공화당 톰 코튼,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은 8일(현지 시간) ‘고용 강화를 위한 미국이민 개혁법안(RAISE)’을 발의했다. 외국인의 미국 영주권 취득자 수를 지난 13년간 연평균인 5만 명으로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시행하면 2015년 기준으로 약 105만131명이던 영주권 취득자 수가 10년 후에는 53만9958명으로 절반가량 줄어들게 된다.
법안은 가족초청 이민 제도의 대상을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의 배우자와 21세 미만 자녀 등 직계비속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 법안대로라면 지금까지 허용된 직계존속인 부모·조부모나 형제자매, 21세 이상 자녀들은 초청 이민 대상에서 배제된다. 이 제도는 한국 교포들이 미국 이민 수단으로 많이 이용하는 것이어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 교포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코튼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안 발의 과정에서 백악관과 상의했다”고 밝힌 뒤 “올해 안에 상원 표결이 실시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법안에 대해선 “교육 수준이 낮은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 경쟁을 줄이고 고숙련 기술 인력의 미국 이주를 돕는 게 입법 취지”라고 강조했다.
행정명령처럼 대통령 서명 즉시 효력을 발휘하는 건 아니지만 공화당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규제 정책을 입법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어서 향후 유사 법안이 등장해 반이민 이슈를 공론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한편 미 정부가 별도 인터뷰 없이 새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나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규제 정책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주중 미국대사관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중국인들이 별도 인터뷰 없이 새로운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기한을 기존 비자의 효력이 끝난 뒤 48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미국 비자가 만료된 뒤 12개월이 지나면 재발급을 위해 다시 인터뷰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리하이둥(李海東)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의 일환으로 불법 이민을 막겠다는 취지겠지만 결과적으로 미중 간 교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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