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처음 통화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키로 한 것은 최근 긴장 일변도였던 미중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 하나를 제거한 것으로 평가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날 통화를 계기로) 미중 고위 관계자들이 다양한 이슈와 양국 관심사에 대해 대화하고 협상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레버리지(지렛대)로 사용하면서 강경 압박 위주였던 대(對)중국 정책의 궤도를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딸 이방카가 1일 주미 중국대사관의 춘제(春節·설) 행사에 깜짝 등장해 추이톈카이(崔天凱) 미국 주재 중국대사가 이방카를 안내한 것이 전조였다. NYT는 이후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태도를 전격적으로 바꾸기까지 백악관과 국무부가 숨 가쁘게 움직였으며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그 주인공이었다고 소개했다.
플린 보좌관은 3일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의 통화에서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자고 약속했다. 이어 틸러슨 장관이 7일 백악관 인사와 만나 중국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뜻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국 플린과 캐슬린 맥팔랜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다음 날 추이 대사를 직접 만나 중국인에게 보내는 트럼프의 신년 인사 편지를 전하는 것으로 급진전됐다.
NYT는 대만과 통상 문제 등으로 양국 정상 간 대화가 안 되는 상황에서 백악관과 국무부가 ‘창조적 방법’을 찾은 것은 중국과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경우 안보, 통상 등 당면한 핵심 현안 해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길게 통화했으며, 향후 미중 관계자들이 대화와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양국 관계의 대화 기조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구체적으론 미국의 최우선 안보 현안으로 떠오른 북한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트럼프의 핵심 어젠다인 일자리 창출도 중국의 협조 없이는 만족할 만한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기 전날 미중 정상이 통화한 점에 주목했다. 아베 총리를 환대한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되는 후유증을 줄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회담 공식 의제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중국 측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배려로 풀이된다.
중국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관영 신화통신은 10일 “양국 정상은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미중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환율 조작, 무역 역조 등 양국의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라 관계 개선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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