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 아베, 北 도발 가능성 의견 나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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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서 美日정상회담

1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등 추가 도발 가능성과 한미일 3국의 대비 태세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북한이 도발(provocation)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전략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우려를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안보 현안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이 있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서는 “일본의 행정권이 미치며, 미일 안보조약 제5조 적용 대상”이라고 명확히 밝혔고 양국은 이 같은 회담 내용을 공동 문서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미국에 7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는 등 ‘미일 성장 고용 이니셔티브’를 제안하면서 대미 무역적자 등에 대한 트럼프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환율조작 의혹에 대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지 엔저(엔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일본의 안보상 요구를 들어주고 대신 경제적 대가를 취하는 최근 양국 관계는 30년 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당시 일본 총리의 밀월 관계를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카소네는 1983년 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레이건과의 첫 회담에서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미국에 대한 무기기술 공여 의사를 표명하고 “미일 양국은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했다. 나카소네가 총리로 취임한 1982년 11월, 미국에서는 스즈키 젠코(鈴木善幸) 전 정권이 미일동맹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반복해 일본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했다. 나카소네는 대미 관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취임 두 달 만에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이후 ‘론-야스(로널드와 야스히로의 합성어) 밀월’이란 말이 널리 회자될 정도로 나카소네는 친미 노선을 걸으며 레이건 정권과 우정을 나눴다.

그러나 이 기간은 일본이 대미 교섭에서 양보를 반복해온 시기이기도 했다. 10일 도쿄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압박 방식이 1981∼1989년 집권했던 레이건 정권 당시 미일 간에 행해진 무역 마찰 교섭이나 안전보장 협력 방식과 매우 닮았다고 지적했다.

레이건이 미국의 자동차산업 보호를 호소하자 1981년 일본은 일본 차의 대미 수출을 규제하는 데 합의해줬다.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1985년 ‘플라자 합의’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반대로 엔고가 급속히 진행돼 일본 수출산업은 심한 타격을 받았다.

트럼프가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와 환율 정책을 비판하고 주일미군 방위비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당시와 매우 유사하다. 반(反)이민 정책 등으로 트럼프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아베 총리가 정상 간 신뢰 관계를 우선시하겠다며 트럼프와 밀월을 연출하는 데만 몰두하는 것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트럼프#아베#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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