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후 첫 일제 단속
캘리포니아 주 등서 대대적 체포… 앰네스티 “인권침해 우려” 성명
트럼프, 새 反이민 명령 발동 예고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의 한 빨래방에서 일하는 여성 불법 체류자는 손님이 없을 때마다 빨래방 구석에 웅크리고 숨어 있다. 얼마 전 이 지역 길가에서 이민자가 체포되는 모습을 언론에서 보고나서부터다.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한 불법 체류자는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 17세인 맏아들이 주소록을 쥐고 있는지 꼭 확인한다. 자신이 이민 당국에 체포될 때 아이들을 돌봐 줄 만한 사람들의 연락처를 담은 것이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6∼10일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시카고 뉴욕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에서 불법 체류자를 대거 체포하면서 불법 이민자들의 공포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 유세 때 ‘불법 체류자 300만 명 추방’을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첫 일제 단속이다. 취임 직후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내고 사법부를 상대로 싸움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추방 전쟁’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ICE 로스앤젤레스 지부는 관할 지역에서 지난주 16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CNN에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주에서 체포된 불법 체류자 중 37명은 이미 멕시코로 추방됐다”라고 밝혔다. 일리노이 인디애나 위스콘신 켄터키 캔자스 미주리 등에서도 200명이 체포됐다고 CNN이 보도했다.
국토안보부는 “통상적 단속”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현지 이민자와 시민단체들은 단속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ICE 요원들이 범죄자가 아닌 불법 이민자도 체포하고 대상자의 집과 일터를 일일이 급습해 단속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한 불법 이민자는 교통 범칙금을 내려고 법원에 갔다가 예고 없이 체포됐다”라고 전했다.
미국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11일 성명을 내고 이번 단속이 “인권에 대한 중대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주변 국가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을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멕시코 외교부는 9일 성명을 내고 “모든 멕시코인들은 조심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한인타운이 있는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한인 교포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불법 체류자는 약 23만 명이지만 집계되지 않은 인원까지 합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시민단체들은 홈페이지와 트위터에 영어와 스페인어뿐 아니라 한국어로도 ‘ICE 요원이 들이닥칠 때 대응하는 방법’을 올려 홍보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반이민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사법부를 피해 새로운 이민 규제 행정명령을 다시 발동할 것임을 시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플로리다 주로 이동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우리는 새로운 행정명령을 포함해 다른 많은 옵션이 있다. 국가 안보를 위해 이를 서둘러야 한다”라고 말해 13일이나 14일 새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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