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2015년 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외교 당국자와 어렵게 점심 자리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평소 궁금했던 것을 물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정책 포기를 위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중국의 선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정말 중국이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지렛대)를 사용하게 하려면 중국이 싫어하는 어떤 것(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나 무역 전쟁 등)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이 당국자는 추호의 고민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외교적 마찰을 빚을 생각이 없습니다. (기후변화와 이란 핵문제 등) 중국과 함께 해결할 더 중요한 문제들이 많으니까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이른바 ‘중국 역할론’에 대한 기자의 기대가 헛꿈이었음이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워싱턴에 부임한 직후인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이 터졌고 오바마 2기 행정부와 의회에서는 ‘중국 역할론’과 ‘한국 역할론’이 비등했습니다. 미국만 바라보지 말고 중국과 한국이 주도적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주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팔을 비틀지 않았고, 한국의 박근혜 정부는 ‘통일 대박론’이라는 ‘희망적 사고’에 빠져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당면하고 있는 북핵문제의 현실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북한을 매우 강력하게 다룰 것”이라며 대북 강경정책을 예고했습니다.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명백히 북한은 매우 크고 큰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예정에 없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강경한 미일 공조를 확인한 뒤 나온 육성 메시지입니다. 취임 이후 가장 구체적인 대북 발언입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는 오바마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제는 어떤 구체적인 방법론을 내놓는가에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대북 선제 타격론을 거론하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수많은 미국인과 미국의 돈이 모인 한반도에 전쟁을 자처할 수 있는 대북 선제타격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업가인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옵션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이것을 협상 칩으로 삼아 북한을 밀어붙이는 강압외교를 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 대한 강압외교만으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북한의 ‘힘의 중심부’리고 할 수 있는 중국을 변화시켜 북한을 달래거나 압박하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도 오바마 행정부와 같은 문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입니다. 중국이 싫어하는 어떤 것을 들고 베이징의 대북정책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중국은 무역과 인적 교류, 에너지와 식량 공급 등의 방식을 통해 사실상 북한의 생명줄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역시 경제적으로 너무나 밀접한 관계라는 사실입니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재검토이건 무역 보복이건,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이건 미국이 중국에 ‘대북 제재라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게 만드는’ 권력을 행사하는 순간 중국도 미국에 대해 경제적 보복에 나설 수 있습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로 인한 ‘상호확증파괴((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 관계였던 것에 비유해 미중 관계를 ‘상호확증경제파괴(MAED·Mutually Assured Economic Destruction)’의 관계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북한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다짐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묻고 싶습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의 손해를 감수하고 중국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의지가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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