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무부가 올해 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어제부터 즉각 시행에 들어갔다. 석탄은 북한 무역에서 단일 품목으로는 최대 규모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외화벌이 수단이다. 대외무역의 90%를 차지하는 대(對)중국 전체 수출의 40%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은 지난달 25일에도 대북 수출금지 리스트에 핵무기 제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품목을 추가했다.
올 들어 중국이 북한에 강경하게 나가는 것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무관치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최우선 국익인 ‘하나의 중국’ 정책까지 흔들며 중국을 통한 북한 핵·미사일의 억제를 실현하려 하고 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최근 “그동안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중국에 언성을 높일 생각을 안 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런 의지를 보여줬다”며 ‘미국의 힘’을 평가한 바 있다. 미국의 달라진 자세,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중국의 태도는 이번 북한산 석탄 수입 중단에서도 나타난다.
이번 조치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17일(현지 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북한의 불안정한 행동을 진정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써 달라”고 촉구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중국의 역할을 주문해도 꼼짝 않더니 미국이 목소리를 높이자마자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재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과거에도 중국의 대북 제재 발표가 있었지만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금수물자의 밀거래가 성행했다. 중국은 밀무역 단속까지 엄격하게 하는 등 제재의 ‘구멍’을 철저히 막아야 국제사회의 믿음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8일 뮌헨안보회의에서 “북한 핵무장은 임계점에 다다르기까지 1, 2년밖에 남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임박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위 수단이 사드다. 그런데도 왕 부장은 “사드 배치를 서두르지 말라”고 깔아뭉갰다. 중국의 대북 제재 의지를 의심케 만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책임 있는 대국(大國)의 역할을 다짐해 온 중국이다. 이제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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