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의 김정남 독살 폐쇄회로(CC)TV 영상은 일본 방송들이 수천만 원의 거액을 주고 부정하게 입수한 것이라고 일본의 진보 온라인 매체 리테라가 21일 방송사 내부 증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국가 주요 시설인 공항 CCTV 영상이 무단 유출된 경위를 조사 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남 암살 사건 후 현지에 도착한 일본 방송사들에게 현지 브로커가 접근해 “살해 순간의 영상이 있는데 사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브로커가 대가로 요구한 금액은 500만 엔(약 5100만 원)이었다.
처음에는 방송사들도 망설였다. 영상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고, 나중에 불법 입수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한 방송사 직원은 “현지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은 만큼 어떻게 생각해도 공항 직원이나 경찰이 몰래 유출한 것이었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고 잘못하면 (대가로 지불한 돈 때문에) 뇌물죄가 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지TV가 18일 문제의 영상을 구한 뒤 19일 ‘특종’이라며 터뜨리자 다른 방송사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NHK, TV아사히, TBS, 니혼TV 등이 다음 날 같은 영상을 경쟁적으로 방송했다.
리테라는 “(영상을 처음 튼) 후지TV는 제시가격(500만 엔)에 가까운 금액을 낸 것이 확실하다. 다른 루트로도 영상이 흘러나왔는데 이 역시 적어도 100만 엔(약 1000만 원) 이상을 냈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발언도 전했다. 또 “해외에서 부정하게 입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영상에 수백 만 엔을 지불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니혼TV의 특종 이후 일본 방송사들 사이에선 영상 구하기 경쟁에 불이 붙었다. NHK는 21일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인도네시아 국제공항에서 출국하면서 CCTV에 찍힌 영상을 ‘단독’이라면서 보도했다. 입수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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