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관계, 악화 가속…“北정권 들어선 이후 최악 내몰릴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6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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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실험과 중거리미사일 발사에 이어 국제사회가 보유 제조 및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맹독성 물질 VX를 사용해 김정남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북한과 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4일 “북한은 김씨 왕조의 온갖 일탈적인 행동에도 수십 년간 중국에 의존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양국 우호 관계에 갑작스럽고 깊은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일부 중국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국제협약으로 금지된 화학무기를 이용해 김정남을 살해했다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발표로 북-중 관계는 ‘2차 대전 이후 북한에 정권이 들어선 뒤’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런민(人民)대 청샤오허(成曉河) 교수는 “이복형을 죽인 것도 잘못이지만 금지된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더욱 나쁘다”고 말했다. 청 교수는 중국이 올해 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한 뒤 나온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반응에 대해 “많은 사람이 가짜 뉴스일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며 “북한이 이렇게 강하게 중국을 공격한 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대국을 자처하는 나라가 줏대도 없이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춘다”는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중국을 비난했다.

칭화(淸華)대 국제관계연구소 옌쉐퉁(閻學通) 교수는 “중국은 핵무장 국가로서의 북한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이제 ‘우호적인 북한’과 ‘비우호적인 북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언론 기고문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중국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없다. 더 이상 외교적으로 해결책이 없는 것으로 본다”고 진단한 바 있다. 만약 중국이 ‘비우호적인 국가로서 북한’을 선택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화둥(華東)사범대 선즈화(沈志華) 교수는 과거 두 나라가 갈등과 마찰을 겪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거친 말이 오가지는 않았다고 홍콩 펑황(鳳凰)TV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말했다. 선 교수는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를 포함해 양국 간에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공개적으로는 양측이 예의를 지켰다. 그런 우호는 이제 신화가 됐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25일 “중국은 북한 석탄 수입 중단 발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2321호에 따라 올해 들여오기로 한 상한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김정남 암살 사건 직후로 발표 시점을 택했다”고 전했다. 김정남 암살이 중국의 단호한 안보리 결의안 실행 의지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과의 관계 악화 속에서도 중국은 베이징(北京)이나 마카오에서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 가족들을 말레이시아로 보내 시신의 시원을 확인하는 데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중국이 가족의 말레이시아행을 허락한다면 이는 가족을 대신해 김정남 시신을 넘겨받기를 원하는 평양에 대한 가장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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