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테러났던 파리 이젠 안 가”… 올랑드 발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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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수단체 연차총회 참석 연설
파리-니스서 발생한 테러 거론하며 反이슬람 행정명령 필요성 강조
올랑드 “동맹 존중해야” 즉각 반박… 파리시장 “우린 개방-역동성 누려”

“파리? 이제 거기는 안 간다. 더 이상 예전의 파리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유럽의 주요 동맹국인 프랑스의 자존심을 긁었다. 논란이 일고 있는 반(反)이슬람 행정명령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대형 테러가 발생했던 파리를 ‘가서는 안 될 도시’로 묘사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이다. 프랑스는 대통령까지 나서 반발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메릴랜드 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주의연맹(ACU) 연차총회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프랑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리와 니스에서 일어난 일을 생각해 보라”며 130명이 숨진 2015년 11월 파리 테러와 84명이 사망한 지난해 7월 니스 테러를 상기시켰다.

그는 “내 친구 중 한 명은 아주아주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고 빛의 도시인 파리를 사랑한다. 그는 오랫동안 매년 여름이면 (휴가차) 파리를 갔다. 그와 그의 가족에게 파리 여행은 당연히 하는 것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동안 못 만났던 그에게 내가 ‘짐! 파리는 어때?’라고 물었더니 그는 ‘더 이상 가지 않는다. 파리는 더는 예전의 파리가 아니다’라고 답했다”며 문제의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는 짐이 누구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그는 지난 4, 5년 동안 파리에 가지 않았다. 그는 어떤 것을 희생해서라도 파리 여행을 빼놓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곳에 갈 생각조차 안 한다”고 장황하게 친구 얘기를 늘어놓았다.

트럼프는 “이 얘기의 교훈은 바로 파리에서 일어난 일(테러)이 미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급진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이 나라에 아예 발을 못 붙이도록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의 국경 개방이 테러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이슬람 7개 국가의 입국을 금지한 반이슬람 행정명령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발끈하고 나섰다. 올랑드 대통령은 25일 파리에서 열린 연례 농축산물 박람회에서 “동맹을 존중하지 않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동맹에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 대통령도 프랑스를 존중해 그렇게 하지 않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올랑드가 트럼프에게 ‘친구로 지내고 싶으면 친구를 공개적으로 욕하지 말라’는 외교의 기본 규칙을 상기시켰다고 평가했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와 그 친구 짐에게, 에펠탑에서 우리는 미키, 미니와 함께 파리의 활력과 개방 정신을 기념한다’는 글과 미키, 미니 마우스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는 방법으로 트럼프의 폐쇄성을 간접 비판했다. 이달고는 또 다른 트위터 글을 통해 “2017년 파리의 미국인 관광객 예약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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