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5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5%로 제시해 ‘바오치(保七·7% 성장률 유지)’ 시대의 종식을 알렸다. 중국 경제성장률 목표치에서 ‘7%’가 빠진 것은 처음이다. 관심을 모았던 국방 예산 증가율은 ‘7% 안팎’으로 제시돼 중국 국방비가 사상 처음으로 1조 위안(약 170조 원)을 돌파하게 됐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이날 보고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6차례 ‘핵심’으로 지칭해 시 주석의 1인 지배체제 강화를 대내외에 알렸다.
○ ‘중저속 성장 시대’ 선언
리 총리는 이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공작(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에 대해 “6.5%로 하되 가능하면 더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목표치 6.5∼7.0%에 비해 낮아진 것이지만 주요 투자은행과 경제분석기관 전문가들의 예상치와 비슷한 수치다. 지난해 실제 성장률은 6.7%로 26년 만에 최저치였다.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중저속 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중국이 경제성장 7% 목표를 공식 포기한 것은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 시대를 이어갈 수 없으며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보호무역주의 바람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7%대 성장 포기로 세계 경제가 올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의 작년 세계 경제성장 기여도는 33.2%였다. 특히 한국 등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수출국들은 중국 성장률이 떨어질 경우 경기 위축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 국방예산 1조 위안 돌파에 日 강한 우려
푸잉(傅瑩) 전국인대 대변인은 4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방비 예산 증가 폭은 7% 안팎이 될 것이며 이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3%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방예산 증가율이 3년 연속 감소세이지만 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 위안을 넘어섰다. 올해 중국 국방비는 지난해 9543억5000만 위안보다 668억 위안(약 11조2000억 원)가량 늘어난 1조211억 위안(약 171조2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최근 내년 국방비 예산을 10% 늘어난 6030억 달러(약 684조1035억 원)로 책정해 발표하면서 중국 내부에서도 두 자릿수 국방비 증액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일단 한 자릿수 증가에 머물렀다.
하지만 중국 국방비 1조 위안 돌파 소식에 일본은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4일 “중국의 급속하고 불투명한 군사비 확대는 이전부터 국제사회에서 우려돼 왔다. 계속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실제 국방비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일본 방위성의 한 간부도 산케이신문에 “중국은 주변국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방비 내용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 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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