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방송사고’ 영상 속 아시아 여성은 보모?…‘인종·성(性)’ 둘러싼 편견에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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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3월 12일 16시 32분


BBC 방송사고

사진=BBC 뉴스 캡처
사진=BBC 뉴스 캡처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사태와 관련해 BBC 월드 뉴스와 인터뷰를 하던 중 발생한 ‘방송사고’ 영상이 화제인 가운데, 일각에선 인종·성(性)·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BBC 뉴스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켈리 교수와의 화상 연결을 통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질문했다.

그 때 갑자기 켈리 교수의 어린 딸이 문을 열고 방 안으로 춤을 추면서 들어왔고, 켈리 교수는 딸을 한 손으로 막으면서 인터뷰를 이어갔다. 하지만 곧 보행기를 탄 둘째가 방 안으로 들어왔고, 놀란 켈리 교수의 부인이 빛의 속도로 달려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아이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나가면서 “엄마 왜 그래”라고 외쳤고, 켈리 교수는 곤혹스러워하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 과정은 생방송을 타고 시청자들의 안방에 그대로 전해졌다.

유튜브 BBC 뉴스 채널에 게재된 이 영상은 12일 오후 4시30분 현재 조회수 974만여 건, BBC 뉴스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된 영상은 수천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많은 누리꾼들이 영상 속 아이들의 귀여운 행동에 웃음을 터뜨리며 뜨거운 반응을 보인 가운데, 다소 씁쓸한 반응도 나왔다.

영상에서 아이들을 급하게 데리고 나간 여성을 엄마가 아닌 보모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 영상 속 여성은 보모가 아닌 켈리 교수의 배우자인 김정아 씨다. 심지어 일부 매체는 이 영상을 소개하면서 확인도 없이 이 여성을 ‘보모’라고 보도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영상의) 여성은 교수의 아내다. 유모라는 추측 좀 하지 말라”, “백인 남성과 있는 아시아 여성을 당연하게 유모로 생각하지 말아라. 정말 미묘한 인종차별”이라고 꼬집었다.

BBC 또한 “한국에서는 맞벌이 부모일 경우 유모를 고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을 아내가 아닌 유모로 보는 것은 아시아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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