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학들이 과거 흑인 노예제도를 옹호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반성한다고 발표했다. 하버드대, 예일대, 컬럼비아대 등 노예제 유지에 깊이 관여했던 대학들이 과거사 청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신작을 통해 난징대학살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우익들의 공격을 받았는데 하루키는 소신을 접지 않았다. 그는 “제대로 된 사죄는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라고 말한다.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건 그 말의 진정성 때문이다.
가해자의 진심이 담긴 사죄가 있을 때 피해자도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하루키의 발언은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을 떠오르게 한다.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돈 10억 엔으로 과거의 잘못을 덮어버리려고 한 일본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일본 우익의 반응은 너무 뻔뻔하다. 소신 발언을 한 작가를 일본인인지 의심하는 그들의 주장에는 삐뚤어진 군국주의적 사고가 엿보인다.
일본 정부는 난징 학살은 인정하지만 피해자 수는 확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 주장의 속내는 무엇인가. 잘못은 있지만 희생된 사람이 많지 않음을 강조하고 잘못의 크기를 줄여 보려는 계산된 속셈이다. 사람의 목숨은 수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일본은 지금이라도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흑인 노예제도를 옹호한 것을 진심으로 사죄한 미국 대학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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