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정보당국 “알카에다 모의”… 노트북 등 전자제품 기내반입 금지
FT “알카에다 제조기술 뛰어나… X선 검사에도 적발되지 않아”
영국은 2010년 10월 29일 예멘에서 영국 이스트미들랜드 공항을 거쳐 미국 시카고로 향하는 비행기에 폭탄이 들어 있다는 첩보를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정보당국을 통해 입수했다. 현지에 급파된 경찰은 폭탄으로 지목된 수하물인 프린터를 꺼내 X선 촬영, 화학검사, 탐지견 검사를 했지만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영국은 처음에 첩보가 거짓이었다고 여겼지만, 미국이 더 세밀히 검사해 보라고 요청해 두 번째 검사한 끝에 프린터 카트리지에 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미국과 영국은 21일(현지 시간) 알카에다 아라비아지부(AQAP)의 2인자이자 폭탄제조 전문가 이브라힘 아시리(35)가 여객기 수하물 폭탄테러를 계획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아시리가 만든 ‘프린터 폭탄’은 영국이 깜빡 속아 넘어갈 만큼 정교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AQAP는 시리아, 소말리아 무장단체와 기술을 서로 교류하며 X선에 탐지되지 않는 비금속 폭탄을 만들어 왔다. 내부회로가 있는 노트북, 프린터의 하드디스크나 잉크 카트리지에 전선을 심고 가루를 묻히는 식으로 폭탄을 만든다.
AQAP와 기술 교류를 해온 소말리아 무장단체 알샤밥은 지난해 2월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이륙하는 여객기 안에 노트북 폭탄을 몰래 반입해 터뜨렸다. 창문 쪽 동체에 1m 크기의 구멍이 날 만큼 강력한 폭탄이었다. 마침 여객기가 저공비행 중이라 비상착륙에 성공해 큰 화를 면했다. 같은 해 3월 소말리아 벨레드웨이네 공항 검색대에선 노트북 폭탄이 터져 6명이 다치기도 했다.
미국과 영국은 21일 AQAP가 여객기 테러를 저지르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며 중동·아프리카에서 자국으로 향하는 직항 여객기 탑승자에게 일반 스마트폰보다 큰 태블릿PC 같은 전자기기를 기내로 반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은 중동·아프리카 8개국에서 미국발 여객기를 운항하는 9개 항공사에 늦어도 25일부터 전자기기 기내 탑승 금지 조치를 시행하라고 통보했다. 대상 거점은 이집트 카이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아부다비, 터키 이스탄불, 카타르 도하, 요르단 암만,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 모로코 카사블랑카, 사우디아라비아 지다 리야드다.
영국은 터키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튀니지 사우디 등 6개국에서 자국행 비행기를 운항하는 14개 항공사(영국 항공사 6개, 외항사 8개)에 동일한 조치를 적용했다. 미국이 금지 국가로 적용하지 않은 레바논과 튀니지가 포함돼 있는데, 이 국가에서는 미국행 직항 비행기는 없지만 영국행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은 미국을 통해 입수한 테러 첩보를 바탕으로 최근 몇 주간 회의를 거듭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BBC가 보도했다.
영국이 기내에 갖고 탈 수 있다고 밝힌 일반 스마트폰 크기는 ‘16cmx9.3cmx1.5cm’로, 아이폰7과 갤럭시S7 엣지 등의 스마트폰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보다 큰 아마존 킨들 같은 전자책, 노트북, 즉석 프린터, DVD 플레이어, 전자 게임기기 등은 반드시 수하물로 부쳐야 한다. 이번 조치 대상인 국가의 공항 면세점에서 산 전자기기도 기내에 갖고 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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