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정부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反세계화’ 설계 배넌 604억원… 쿠슈너-이방카 부부 8200억원 추정
美정계 “역대 최고로 부유한 백악관”
“반(反)글로벌 정책의 설계자인 배넌은 (정치 활동을 하기 전) 글로벌 자본가로 활동하며 많은 재산을 모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1일 스티브 배넌 미국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재산이 5390만 달러(약 604억 원)에 달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결과를 보도하며 이같이 비꼬았다.
트럼프의 오른팔 격으로 반이민법과 미국 내 제조업 회복을 위한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와 같은 일련의 ‘반세계화 정책’을 기획하고 있는 그가 관직에 오르기 전에는 세계화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다는 설명이다.
WP에 따르면 배넌은 극우 온라인 매체인 ‘브라이트바트뉴스’를 설립하기 전 주로 투자금융업계에서 활동했다. 특히 일본과 프랑스 같은 외국 금융회사의 투자를 유치해 불리는 데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다. ‘반무슬림’ 성향인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족과도 거래를 했다. 특히 콘텐츠와 정보기술(IT) 등 미래 산업 투자에 더 관심이 많았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코드가 맞을 ‘억만장자’ 참모들로 구성된 백악관을 원했던 것일까. 배넌을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는 백악관 주요 관계자 가운데 상당수가 최고 수천만∼수억 달러에 이르는 자산가였다. 미 정계에서는 ‘역대 최고로 부유한 백악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일 뉴욕타임스(NYT)와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백악관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백악관 직원 180명 보유 재산 총액은 120억 달러(약 13조4400억 원)에 이르렀다. 재산 공개 대상은 임명직 또는 16만1000달러(약 1억8000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이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며 백악관의 ‘문고리 권력’으로 꼽히는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과 그의 부인 이방카의 추정 재산은 총 7억4000만 달러(약 8288억 원)였다. NYT는 쿠슈너의 공개된 재산만 최소 2억4100만 달러(약 27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쿠슈너는 지난해 미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자신이 활동 중인 200개 이상의 사업 관련 직책에서 내려왔다. 또 60여 개의 사업과 투자 프로젝트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업은 정리했지만 쿠슈너는 여전히 억만장자이고, 자신의 가족회사이며 부동산 기업인 ‘쿠슈너 컴퍼니’의 실질적인 오너이자 최고경영자(CEO)다.
이 때문에 쿠슈너의 공정한 업무 집행을 방해할 ‘이해 충돌’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NYT는 쿠슈너가 씨티그룹, 도이체방크 등 거대 은행들과 여전히 수백만 달러의 금융 거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윤리담당 변호사로 활동했던 리처드 페인터는 “(쿠슈너의 금융 거래가) 관련 은행들에 대한 그의 업무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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