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때리기’ 나선 헤일리, 유엔 영향력 확대 견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4일 03시 00분


“러 대선개입 확실” 공세수위 높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親)러시아 행보는 워싱턴 정가의 계속되는 논란거리다. 반(反)트럼프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패러디해 ‘러시아를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미국 대통령’이란 푯말을 들고 나설 정도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발탁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출신인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사진)가 러시아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계속 높이고 있어서 주목받고 있다. 헤일리 대사는 2일 ABC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디스 위크’에 출연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관련 당국의) 조사가 마무리되면 러시아는 이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당신의 논조가 다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러시아 비판은 내가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나에게 ‘러시아를 비판하지 말라’는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다른 방송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러시아를 신뢰할 수 없다. 러시아를 절대 믿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강제 병합과 시리아 내전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러시아를 공개 비난했다.

헤일리 대사는 ABC 인터뷰에서 중국도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준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북한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행동을 보여야 한다. 더 이상의 핑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이 (끝내) 협조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안 된다. 중국은 협조해야만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중국이 (대북 제재 차원에서) 북한과 석탄 거래를 중단한 사실을 평가하지만, 그것(석탄 거래)이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헤일리 대사의 이런 강경 행보는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가 시리아 내전,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유엔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론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유엔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유엔의 한 고위 소식통은 “진보 정권인 오바마 행정부는 ‘국제 분쟁의 평화적 절차적 해결’이란 명분론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 틈을 러시아가 파고들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 실질적 주도권을 잡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헤일리 대사도 ABC 인터뷰에서 “우리(미국)는 우리의 힘, 우리 목소리를 되찾고 다시 유엔에서 제1의 주도국이 돼야 한다. 내가 요즘 유엔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뒤) 미국이 다시 유엔을 이끄는 모습을 보게 돼서 기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니키 헤일리#러시아#유엔#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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