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대표적인 부동산 개발업자 레오나르드 리트윈이 2일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103세.
리트윈은 맨해튼의 부촌인 어퍼이스트사이드에 파빌리온, 바클레이, 루체른 등 고급 편의 시설을 갖춘 고가 아파트를 지어 임대하며 큰 돈을 벌었다. 그가 세운 부동산 개발 및 임대 관리회사인 글렌우드매니지먼트는 맨해튼에만 26개의 대형 맨션(약 8700가구)을 보유, 임대하고 있다.
그는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뉴욕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부동산 업계 인사 중 하나다. 리트윈은 2006년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400대 부호 중 374위에 기록됐으며 당시 자산은 10억 달러(약 1조1200억 원)로 추산됐다.
● 묘목상에서 출발한 부동산 재벌
유대인 출신인 리트윈의 아버지 해롤드는 1933년 뉴욕 주 롱아일랜드에 묘목 경작회사인 우드버른을 세웠다. 해롤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막 종료된 1946년 잠시 컬럼비아대를 다녔던 아들 레오나르드와 함께 묘목을 키우던 롱아일랜드 땅에 아파트를 지었다. 아파트 건설은 성공적이었다. 1950년대 리트윈 부자는 퀸즈(105가구), 브롱스 리버데일(400가구) 등에도 아파트를 건축하는 등 묘목 경작을 사실상 접고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었다. 아들 리트윈은 1961년 아파트 관리 및 임대 법인 글렌우드매니지먼트를 세웠고 1962년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뉴욕 중심부인 맨해튼에 진출했다. 그의 사업은 미국의 경제 성장기와 맞물리면서 크게 성장했다.
1964년 뉴욕 상류층들이 대거 거주하는 맨해튼 이스트77번가 어퍼이스트사이드에 고급 아파트인 파빌리온을 완공했다. 뉴욕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건물 중 하나인 파빌리온은 800가구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건물로 자체 우편번호까지 가질 정도였다. 글렌우드매니지먼트는 1980년대 중반까지 어퍼이스트사이드 10개 이상의 고급 아파트를 지으며 성장을 꾀했다. 미국 어퍼이스트사이드는 뉴욕 센트럴 파크와 이스트강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미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이다. 이후에는 미드타운, 다운타운, 엎어웨스트사이드, 로어맨해튼 등 맨해튼 다른 지역에도 사업을 확대했으며 거의 대부분 상류층을 겨냥한 고급 아파트 개발 및 임대업에만 주력했다.
리트윈은 매우 비밀스런 사람이기도 했다. 맨해튼에만 수십 동의 건물을 보유하며 도심 스카이라인을 크게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수 십 년동안 글렌우드매니지먼트를 가족들이 개인 기업의 형태로 운영했다. 회계 장부는 따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자신의 재산도 다른 사람들에게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리트윈은 재산, 사업내용 등을 공개하는 게 사업의 성격상 법적으로 문제가 될 때가 많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여겼다.
다만 뉴욕의 부동산 업계에선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사로 평가 받았다. 그는 매우 오랫동안 뉴욕부동산업협회장을 맡으며 업계를 대변했다. 90세가 넘는 나이에도 사무실에 출근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다만 자신과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며 지역 정치인들에게 크고 작은 로비를 하며 추문에 시달렸다. 글렌우드매니지먼트는 2015년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다른 정치인들에게 한 로비 등의 혐의로 ‘부패의 핵’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전에도 임대 관련 법률 개정, 부동산 개발 관련 대출 등과 관련된 로비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불법 세금우대 조치와 관련된 의혹도 받았다. 그는 2012년 그동안 뉴욕 주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가장 많이 기부한 인사로 기록됐다. 정치인 기부는 공화당, 민주당 모두에게 했다. ● 알츠하이머센터 등 사회 공헌
그가 세운 45층짜리 고급 아파트 리버티플라자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맨해튼에 처음으로 지어진 빌딩이다. 리버티플라자는 테러 이후 위축됐던 뉴욕의 건설시장에 다시 불을 지피는 계기를 만들었다.
미국의 다른 재벌들처럼 사회공헌에도 나섰다. 부동산 개발업자인 돈 주커와 함께 페인스타인의학연구소에 리트윈-주커 알츠하이머연구센터를 세웠다. 또 뉴욕의 여러 병원에도 조용하게 기부했다. 그는 1989년 의료연구 지원을 주목적으로 교육, 환경 등도 기여하는 리트윈 재단을 세웠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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