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지하철 테러 현장의 ‘살신모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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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던져 딸을 구하고 숨진 이리나 메디얀체바 씨의 생전 모습.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몸을 던져 딸을 구하고 숨진 이리나 메디얀체바 씨의 생전 모습.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 사건 현장에서 몸을 날려 딸의 생명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한 러시아 어머니가 세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4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러시아의 유명 인형 제작자인 이리나 메디얀체바 씨(50)는 3일 딸 옐레나 씨(29)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벨리키노브고로드 시로 가고 있었다. 불행히도 두 사람이 탄 객차에 테러범이 올라탔고 지하철 문 앞에서 TNT 200∼300g 규모의 사제폭탄을 터뜨렸다.

테러범이 폭발물을 터뜨리기 직전 범행을 직감한 어머니는 딸에게 몸을 던졌다. 잠시 뒤 폭탄이 터졌고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내장됐던 각종 철물과 유리 조각, 쇠구슬 등이 그의 몸을 파고들었다. 딸을 살린 어머니는 구급차에 옮겨져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어머니의 희생으로 목숨을 건진 딸은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딸은 마취에서 회복된 뒤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숭고한 희생을 전했다.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메디얀체바 씨의 친척은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 그가 만든 인형 사진을 올려 추모했다.

카자흐스탄 출신으로 러시아에서 유학 중이던 막심 아리셰프 씨는 테러 직후 용의자로 지목됐다가 희생자로 확인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경제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아리셰프 씨는 테러가 일어난 지하철역에서 폭발 직전 카자흐스탄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해 수업을 마친 뒤 집에 돌아가는 중이라고 알린 뒤 연락이 끊겼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5일 테러 공격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모든 가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교황은 “지금 이 순간 그 사건을 생각하며 비극적으로 숨진 사람들에게 신의 자비를 구하며 고통받는 유가족에게는 영적인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러시아#지하철#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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