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지역 공습… 사린가스 추정, 어린이 등 주민 100여명 숨져
美-유럽 ‘아사드정권 소행’ 지목… 트럼프 “민간인 공격 용납 못할 일”
시리아정부 “반군 소행” 반박
시리아 정부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반군 장악 지역 주민 수십 명이 숨지자 유엔과 서방이 강력히 규탄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5일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하고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공격을 규탄·제재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국제인권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시리아 북부 터키와 국경지역인 이들리브 주 칸샤이쿤 지역 주택가에서 4일 새벽 화학무기로 추정되는 공습으로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주민 72명이 사망했다. 국제의료구호기구연합(UOSSM)은 사망자가 최소 100명이며 부상자가 4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구조단체 하얀헬멧은 약 250명이 질식 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과 동영상에는 구호단체 요원들이 입에 하얀 거품을 물고 길에 쓰러진 어린이들에게 인공호흡을 하며 병원으로 옮기거나 제독하는 모습이 담겼다. 증상으로 비춰 볼 때 염소가스나 사린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불행하게도 시리아에서 전쟁범죄가 계속되고 있고, 인도주의에 관한 국제법이 자주 위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범죄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전쟁범죄 조사관들은 화학무기 사용 주체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주요국은 이번 공격 배후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고한 민간인을 공격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아사드 정권의 이런 악랄한 행위는 전임 정부가 나약하고 우유부단하게 대응한 결과”라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결의안 통과의 걸림돌은 아사드 정권을 적극 후원해 온 안보리 상임이사국 러시아다. 러시아 국방부는 5일 시리아 공군의 공습 사실은 인정했지만 화학무기를 사용한 건 시리아 정부군이 아니라 반군이라고 주장했다. 반군의 화학무기 창고를 폭격하는 과정에서 독가스가 누출됐다는 것이다.
시리아 정부도 “군은 언제 어디서도 그런 무기를 사용한 적 없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하산 하지알리 시리아 반군 사령관은 “러시아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모든 사람이 비행기에서 가스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을 보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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